2004년 엄마와 함께 한 방콕&파타야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스무차례가 넘게 외국여행을 했는데 혼자 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호주 출장을 제외하고는 늘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였다. 아마도 외국여행의 시작을 엄마와 함께 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행 좋아하시는 엄마를 두고 나 혼자만 가기도 미안하고, 어느샌가 여행에 맛들인 조카들도 데리고 다녀야 하고.. 정신차려보니 날이 갈수록 패키지단처럼 함께 하는 여행 동반자들이 늘었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인 여행도 물론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 혼자 떠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더 나이들기 전에 시작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 못할 것만 같아서 드디어 혼자 여행을 떠났다.
내가 혼자 가겠다 했을 때 울 엄마 강여사님은 설마 니가 혼자 가겠느냐 하시더니, 나중에 별 반대 없이 찬성해주셨다^^
혼자 가는 여행이니 공항리무진으로 움직였다. 처음 외국여행갈 무렵 한두번 이용한 후부터는 쭈욱 자차를 이용하여 인천공항에 갔었으니 공항 리무진 이용이 정말 오랫만이다.
그래서 큰일날뻔 했다. 서울대입구 전철역 근처에서 타면 환승없이 바로 갈 수 있는 공항버스가 있어 룰루랄라 하며 버스를 탔다. 마을버스 타고 서울대입구까지 내려가서 공항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마침 버스가 도착해서 앗싸 하며 가뿐히 버스를 탔다.. 이때는 참 신났는데.. ㅎㅎ
근데 어느새 졸리고, 졸다 눈떠도 계속 시내라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1시간 정도 졸았던 것 같다. 내 예상 시간으로는 이때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아직 김포공항에도 도착을 못한 상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혼자 가고, 미리 웹체크인까지 다했으니 2시간 전에 도착하면 되겠다 싶어 집에서 3시간 전에 출발했는데, 출발 2시간 전인데 김포공항에도 도착을 못한 것이다.. 이때부터 어찌나 애가 타는지.. 내가 애탄다고 차가 더 빨리 가는 것도 아니라 속타 죽는 줄 알았다.
서울대입구에서 환승없이 가는 공항버스는 서울 남부쪽을 돌고 또 돌다 김포공항을 들려 인천공항으로 가는 2시간 코스였던거다.. 난 뭔 생각으로 1시간이 걸릴거라 믿었는지..
여튼 출발 1시간 남기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왜 버스 하차 지점에서 아시아나 카운터는 그리 먼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작스레 발견한 아시아나 타이베이 특가 덕분에 가게 된 타이베이여행인데 갑자기 막 아시아나가 원망스러워지려 했다. ㅋㅋ
거의 경보 수준으로 아시아나 카운터에 도착한 후부터는 다행히 일이 술술 풀렸다. 자리 지정 및 웹체크인까지 다 마친 상태라 바로 수화물만 보내고 보딩패스를 받을 수 있었고, 환전도 인터넷으로 미리 해놓았기 때문에 우리은행 창구에서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혼자 가니 보안 검사나 출국 심사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면세점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단 출국 심사 마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오니 마음이 놓이고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칭다오갈 때는 커다란 브라운 인형이 있었는데 얘로 바뀌었다.
출발 게이트로 가다 보니 한국관으로 만든 곳에 곱게 한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좀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탑승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사진만 찍고 이동했다.
바빠도 점심은 먹고 가야 하니 만만한 파리바게트에 들려 샌드위치를 하나 사고 자리를 찾았는데, 이런 좋은 자리가 있다. 작은 구석진 자리지만 비행기를 바라보며 먹는 샌드위치가 유난히 맛있었다.
별거 아닌 샌드위치도 맛나게 만드는 자리다.
오랫만이다.. 아시아나 비행기..
아까 체크인 카운터 찾으러 갈 때는 멀다고 살짝 원망했는데 오랫만에 국적기 타니 좋긴 좋다. ㅎㅎ
개인 모니터, 컵걸이, 간이옷걸이, 충전 단자 등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중요한 기내식.. 2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비행이지만 기내식을 제공해준다. 선택 없이 단일 메뉴이지만 주는게 중요하다. ㅎㅎ
열어보면 이런 모습
생수, 푸딩, 모닝빵이 들어 있다. 푸딩은 나한테 좀 달긴 했지만 이제 당 떨어질만큼 열심히 다녀야 하니 다 먹었다.
보기에는 그닥 맛있어 보이지 않는데 의외로 맛있었던 밥이다. 처음 봤을 때는 정체가 뭐야 했는데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함께 조리되었다. 살짝 짭잘해서 밥이랑 같이 먹기 좋았다.
그리고 커피.. 아시아나는 커피도 준다.. ㅎㅎ
혹시 맥주가 제공되냐 물었더니 그건 안된단다.. ㅋㅋㅋ
기내식 먹고 느긋하게 블랙리스트 시청하기.. 진짜 휴가다.. 누군가 챙겨야 할 필요없이 오롯이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2시간 30분은 그리 길지 않아 금새 타이베이 타오위안공항에 도착했다.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가는 곳마다 만날 수 있는 한국어 환영 인사가 반갑다.
돼지열병 때문에 축산류 뿐 아니라 축산가공품도 반입 금지란다. 컵라면도 안된다.
한국에서 미리 e-Gate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왔고, 타오위안공항에 도착해서 등록 후 자동출입국 심사대를 거쳐 나오니 이곳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2017년 가족들과 함께 왔을 때 진짜 진짜 오래 줄서서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입국장으로 나오니 두번째 방문이지만 만나는 풍경마다 반갑다.
2017년에는 대가족여행이라 미리 픽업 밴을 예약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이니 공항철도를 이용한다. 공항철도 티켓은 한국에서 미리 구매를 한 후 타오위안공항 공항철도 매표소 인근 부스에서 바우처를 교환했다. 토큰 형태로 되어 있는데 들어갈 때 태그를 하고, 나오면서 입구에 넣고 나오면 된다.
보라색 급행열차를 탔다.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 하늘은 잔뜩 흐려 구름이 낮게 깔렸지만 난 자꾸만 웃음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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