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신비의 바닷길 걷기 체험이다.
올해는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3일간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진도의 바닷길이 열리면 뉴스마다 사람들로 빽빽히 들어찬 바닷길을 볼 수 있었다. 그곳을 미리 걸어볼 수 있다니 굉장한 일인 것 같다^^
진도의 바닷길은 고군면의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 사이의 약 2.8km에 해당하는 길이라고 한다. 걷는 시간으로 따지자면 넉넉하게 왕복 2시간은 잡아야 한단다. 평지도 아니고 돌과 조개, 미역 등이 잔뜩인 길을 2시간 동안 걷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해설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모도까지 배를 타고 들어가 회동 쪽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그 방법대로 하기로 했다.
물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배 타는 곳으로 도착했다.
비는 멈췄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왠지 심란하다..
바다 위에는 조업을 위한 배들이 정박되어 있다.
모도까지 타고 갈 배다. 헙..무섭다.. ^^;;
나한테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배타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 있는 것 같다. 속으로만 잔뜩 긴장한 채 배를 탔다. ㅋ
평온한 바다는 아니다..
다행히 배타는 시간이 아주 짧아서 얼마 안가 모도에 도착했다.
날씨 탓일까? 모도는 고요하기만 하다..
왜 파란색으로 칠했을까?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위해 모도에서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축제 기간에 가면 달라진 모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해풍을 견뎌내고 서 있는 나무가 멋지다..
낮은 담장 위로 활짝 핀 동백꽃도 보인다..
이 동백꽃을 보니 집집마다 담장마다 샛노란 감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귤나무가 있었던 지난 가을의 제주가 생각났다..
바닷가에는 오늘도 섬의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멀리서 바라보니 벌써 바닷길이 열려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아니신데 장화로 갈아 신은 후 신발에 끈을 꿰어 들고 가시는 모습이 재밌어서 찍어 봤다. ㅎㅎ
건너 보이는 곳이 회동이다.. 저 길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인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섬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이 더 크게 작용하나보다..
일행들 모두 바닷길을 걷기 위해 장화로 갈아 신었다. 길다란 장화가 좀 우습기도 했지만 바닷길을 걷는데는 큰 도움이 됐다. 참, 장화의 밑창이 얇아 바닷길을 걷고 나면 발바닥 지압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금새 미역이 천지에 널려 있다.
울 엄니 이 미역들을 보시면 물 들어 올 때까지 안나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슬며시 웃었다. ㅎㅎ
파랑 불가사리다. 불가사리가 어업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하던데 이쁘기는 하다^^;;
돌과 조개, 미역들이 잔뜩 있어 걷기가 수월찮다. 조심 조심 힘주며 걸었더니 꽤나 힘들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발 밑만 쳐다보고 걷다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어디선가 나타난 갈매기들이 머리 위에서 날고 있다.. 얘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걸까? 꼭 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얘들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내 심신이 좀 편치 않았다.. ㅋㅋ
바닷길에 서서 뭍을 바라보니 기분이 묘하다..
회동에는 어느새 불이 들어 오고 있다. 저 불빛을 보니 왠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바닷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지만 얼른 뭍으로 가고 싶다.. ^^
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일까? 앞 쪽에 길이 끊겼다.
장화를 신지 않았다면 건너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평기 해설사님이 우리 보다 앞서 가시더니 낙지를 잡아 기다리고 계셨다. 길을 건너기 전 낙지도 있고 전복도 있다 하시더니만 진짜 낙지를 잡아 보여주신다.. 우리 일행 중에는 전복을 잡은 분도 있었다.. ㅎㅎ
바닷길 체험이 그냥 신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와 선물을 동시는 주는 것 같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갑자기 길이 없어져 버렸다. 물살이 세진 것을 보니 물 들어오는 시간이 맞나 보다.. 그리 깊지는 않아 조심 조심 걷는데 다리에 물살이 착 휘감겨 들어온다.. 살짝 겁난다.. 바닷길을 걸어온 것보다 바닷물길을 걷는 것이 더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금은 아직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는 때라고 하는데 축제기간인 3월 30일부터는 완전히 열린 바닷길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회동쪽으로 건너와 잠시 숨을 돌린 후 되돌아보니 어느새 바닷길이 잠겨 버렸다.. 저기 멀리 모도는 이제 먼 섬이 되어버렸다..
뽕할머니와 호랑이 조각상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뽕할머니 전설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외로이 서서 사진찍는 이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치만 장화는 좀 깬다.. ㅋㅋ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홈페이지에 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닷길은 서울 가까이에 있는 용흥도 근처에 작은 솔섬이 하나 있고, 해남의 맴섬에서도 걸어봤지만 진도의 바닷길과는 확연히 그 느낌이 달랐다. 날씨 탓이었을까? 진도의 바닷길을 걷는 동안은 말 그대로 바다 한 가운데 내가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중간에 길이 끊겨 물길을 걸었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굉장히 복합적인 느낌이었다.. 호젓하게 걸어본 진도의 바닷길의 그 느낌은 평생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는 사람들 복작대는 바닷길을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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