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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청평사에 가야만 하는 이유

마술빗자루 2015. 3. 11. 10:12

청평사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평소에 청평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청평사에 뭔가 숨은 추억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청평사에 가기 위해 무작정 길을 걸었다.

 

 

 

나혼자 걷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앞서 걷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발걸음에서 차이가 나는지라 순식간에 간격이 벌어졌다. ㅎㅎ

 

 

 

청평사 매표소.. 이 지점부터 문화재관리구역이라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어른 2000원

 

 

 

올 겨울 들어 이렇게 꽁꽁 언 얼음은 처음 봤다. 산 속은 산 속인가보다..

 

 

 

공주설화에 나오는 공주와 뱀..

청평사로 오르다보면 곳곳에 청평사와 관련한 조각, 바위, 연못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 청평사 방문을 계획할 때는 천천히 오르며 찬찬히 찾아보겠다 생각했었는데, 댐으로 돌아가는 배 시간을 생각하니 여유있게 즐길 수가 없다.. 일단 아, 얘가 공주구나.. 하고 바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긴다. ^^;

 

 

 

공주와 뱀.. 사연은 앞의 안내문에 잘 나와 있다. ㅋ

 

 

 

청평사로 가는 사람이 한명 더 있었는데 어느새 나를 앞질러 가고 있다. ㅋ

 

 

 

거북바위.. 거북바위라고 팻말이 앞에 있는데 거북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단 후딱 보고 지나간다.

 

 

 

거북바위를 지나쳐 오르는데 개울가가 꽝꽝 얼었다. 작은 층이 보이길래 저게 구송폭포인가 했다. 폭포치고는 엄청 작네 하면서..

 

 

 

그런데 조금 더 올라가니 진짜 구송폭포가 나온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내가 착각했던 것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다.

 

 

 

정면에 보이는 작은 굴이 공주굴이란다. 공주와 뱀 사연에 나오는 굴이다.

 

 

 

시간에 쫒기지 않았다면 그리 험한 길은 아니었을 것 같다. 막바지 경사길을 헐떡이며 오르니 드디어 건물이 보인다. 이제 다 왔다보다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찻집이다. ㅋㅋ

 

 

 

청평사에서 볼만한 유적들이 잘 안내되어 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가까이 가지 않고 줌으로 당겨 찍은 전락공 이자현의 부도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청평사의 전체 조감도가 나온다.

 

 

 

영지명문바위

 

 

 

바위 옆에 있던 영지..

 

 

 

시간없다 하면서도 사진을 따박 따박 찍고 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재촉해가며 올라 드디어 청평사에 도착했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 앞에 보이는 청평사의 회전문을 마주했을 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뭔가 대단한 감동이나 벅차오름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지나칠 정도로 무덤덤한 나를 발견했다. 기를 쓰고 겨울 산길을 걸어와 청평사에 당도했는데 왜 아무 느낌이 없는걸까?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오른쪽으로 종각이 보인다.

 

 

 

정면은 회전문..

 

 

 

들어가본다.

 

 

 

마주 오는 사람이 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좁고 낮은 길을 통과해간다.

 

 

 

그렇게 절마당에 들어섰더니.. 이건 또 뭔 풍경인지..

어디선가 촬영을 나왔나보다. 아무 것도 바라고 오지 않았으나, 그래도 자연스레 그려지는 겨울산사의 고즈넉함이란 것이 있을텐데.. 이날의 청평사에는 없었다.

 

 

 

주지스님이시겠지..

잠시 멍하니 지켜보다 발길을 돌렸다.

 

 

 

 

언제 달아놓은 연등인지 누각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왠지모를 아쉬움에 다시한번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서봤다. 왼쪽의 관음전 앞에도 스텝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오른쪽의 나한전 앞에는 커다란 조명판이 있다.

 

 

 

여길 뚫고 대웅전 앞까지 가볼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제 진짜 돌아나오는 길.. 누각 위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전경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창으로 바라본 넓은 세상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길 역시 좁고 낮다.

 

 

 

밖으로 나와 아무도 없는 종각을 다시한번 바라본다.

 

 

 

이제.. 선착장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아 처음 올라섰던 계단 옆 의자에 앉아 가지고 온 물을 마셨다. 물 한모금 마시고, 차가운 겨울 공기와 바람을 느껴본다.

그리고 다시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다.

잘 왔다거나, 괜히 왔다거나..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가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 목적도 없이, 이유도 없이 무작정 달려가다 문득 멈춰선 것 같다. 오늘의 내 모습이 그동안의 내 모습이었던 것 같다. 어디에 도착하는지 결과도 중요하지만, 도착을 위해 걸어가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말은 열심히 하면서 실제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던 것 같다. 갑자기 헛웃음이 난다.. 그래 이게 오늘 청평사에 와야만 하는 이유였나보다..

 

이제.. 돌아가도 될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 다르게 주위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여전히 배 시간은 빠듯한데 내 마음이 달라진게 느껴진다.

누군가 바위에 그려놓은 저 미소가 나를 위한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마음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법.. 시간에 쫒겨 오르는 길에는 이 바위가 거북바위로 보이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거북바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