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나들이의 목적지를 춘천으로 정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청평사였다. 춘천을 정말 많이 가봤으나 청평사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었다. 청평사 입구까지 가서 돌아온 경우도 서너번. 왠일인지 그 앞까지 가서도 청평사에 가보지 못했으니 계속 춘천 얘기가 나오면 청평사가 마음 한켠에 남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단히 결심했다. 꼭 청평사에 가보기로.. 청평사에 가서 무엇을 하겠다거나, 무엇을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왜 그리 청평사를 가보려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춘천 명동의 콩샌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먹은 후 춘천중앙시장 앞 버스 정류장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청평사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청평사로 가는 버스는 동절기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으로 청평사를 가는데, 나도 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소양강댐으로 가는 버스는 11번이 있다. 그 외에도 다른 번호의 버스가 있었으나 올려면 멀었기에 11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춘천의 버스정류장에도 버스 도착 시간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다. 버스요금이 얼만지 모르겠는데 후불신용카드를 이용하니 편리하고 좋다.
한참을 기다려 11번 버스를 탑승하고 소양강댐으로 가는 길.. 춘천역을 지나면 소양강처녀상을 볼 수 있다. 길 건너편에 있는데 엄청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한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소양강댐 정류소가 종점이니 마음 편하게 가면 된다. 소양강댐으로 올라가는 길에 정류장 안내 메세지가 바뀌었다. 정류소까지 남은 거리를 보여준다. 이런 안내도 나름 재밌는 것 같다. ^^
겨울 찬바람이 쌩한 소양강댐 정상. 사람 하나 없으면 어쩌나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드문 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예전에 소양강댐에 왔을 때는 여름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저 물고기들이 거슬러 올라가는 벽으로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오고 있어 더 실감났었다.
화장실과 유람선 선착장 안내가 잘 되어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길은 댐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들이 가길래 나도 슬쩍 가본다. ㅋㅋ
왕복 2.5km로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하는데 나의 목적은 청평사이므로 살짝만 걸어갔다 돌아왔다.
댐정상길에서 바라본 소양강 모습..
이 길도 나름 운치있어 보이지만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 나다.
소양강댐의 다른 쪽 모습
아래 물고기모양의 섬에는 봄이 되면 꽃이 핀다고 했는데 본 적은 없으니...
제법 크다.
슬슬 유람선선착장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가다보면 소양강다목적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는 안내문도 볼 수 있다.
유람선선착장으로 가는 길이다. 분명 예전에도 가본 길인데 꽤나 낯설게 느껴진다.
저 새를 단독샷으로 잡아보고 싶었는데 나들이나오신 두 분이 끝끝내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신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셨는데 서로 번갈아가며 이리 서봐라, 저리 서봐라 하시며 자리를 내어줄 생각을 안하신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양보를 안하시는 분들로 생각하고 내가 자리를 떴다. ㅋㅋ
이 길은 새로 단장을 한 것 같다.
깔끔하니 좋다.
얘도 소양강처녀상.. 소양강댐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한 할아버지가 커다란 소양강처녀상을 보며, '처녀가 확실하냐? 왜 시집을 안보내냐?'는 농섞인 말씀을 하셨다. 그랬더니 버스 안에 있던 춘천분이신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응대를 하시는데.. '지금 보이는 저 처녀상은 처녀가 아니라 아줌마다. 저 아줌마의 딸이 소양강댐 위에 서 있다'라고 하신다. 이 말씀에 일순간 버스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 소녀가 바로 그 딸인가보다. ㅎㅎㅎ
누가 둘러주었는지 따뜻한 목도리를 하고 있다.
이 건물은 소양강댐물문화관.. 잠깐 들려 보기 좋다 하는데 난 시간이 없으므로 그냥 지나간다. 점심먹을 식당을 찾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등이 예상 외로 많이 걸렸다. 3시 배를 타고 들어갔다 오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
하하하하하.. 이 호돌이 생각난다.. 세상에 언젯적 호돌이인지.. 반갑기까지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선착장이다.
꽤나 가파른 계단을 조심해서 내려간다. 내려갈 때는 괜찮았는데 청평사를 다녀와서 올라올 때는 쬐끔 힘들었다.
청평사까지 왕복요금 6천원이다. 표를 사면 뒷면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게 되어 있다.
매표소 바로 옆에 배타는 곳 안내표지가 있다. 워낙 작은 곳이라 헤맬 염려는 없다. ㅋㅋ
평소에 배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서 배타고 가는 섬여행을 안하는 편인데, 뭔 맘으로 청평사에 가는 배를 탔는지 모르겠다. 막상 타고 보니 그닥 염려는 안되던데, 왜 타기 전에는 그리 걱정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교통 안전시스템에 대한 불신일 터인데.. 딱히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니 내 걱정도 한동안은 계속 될 것 같다.
정원은 80명.. 이번 승선 인원은 15명 안팎인 것 같다.
창밖으로 소양강 위에 겨울산이 보인다.
맨살 같은 흙과 나무의 경계선은 물이 많을 때 저 나무들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는 표시인 듯 하다..
청평사 선착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출발하자마자 도착한 듯 하게 청평사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청평사선착장의 모습이 꽤나 위험해보인다. 안전시설 하나 없이 철판 하나 걸쳐 놓고 선착장이라 하는 것 같다.
청평사선착장에 내린 승객들 모두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당최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안내문 하나 없이 휑한 모랫길에 테이프로 둘러친 선이 전부다. 다들 이쪽이려니 하고 방향을 잡고 걷는다..
그나마 테이프선도 금방 끝나고 길인 듯 아닌 듯한 길이 이어지고 있다.
400미터였는지 700미터였는지를 걸어 도착한 청평사 앞 먹거리길이다. 이곳부터 음식점과 상가가 보인다.
청평사 안내도.. 가만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아무 것도 아니고, 2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왕복 5km 정도 되는 길이다. 여기서 살짝 갈등했다. 지금 시각이 3시 15분 정도.. 돌아가는 배는 4시 30분과 5시에 있다. 5시가 마지막 배다. 제 시각에 청평사까지 다녀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가는 사람도 없어 보이고, 멀기도 하고.. 아주 잠깐 가지말까하는 생각을 하다 오늘 나들이의 목적을 다시금 생각했다. 이번에도 못가면 왠지 청평사는 영영 못갈 것 같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청평사로 향한다..
청평사의 모습은 다른 포스팅으로..
이제 하산하는 길.. 2km가 넘는 길을 50분 안에 오르고, 다시 4시 30분 배를 타기 위해 열심히 내려가는 중이다.
도선운항시간표
4시 30분 배를 타겠다고 부지런히 걸어 내려왔는데 코앞에서 놓쳤다. 배는 4시 30분 정각에 출발해서 댐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저 배를 타겠다고 부지런히 걸어와 눈앞에서 놓쳤는데, 그리 실망스럽지는 않다. 좀 늦으면 어떠리.. 또 다른 배가 온다는데..
그나저나 저 선착장은 참 걱정스럽다.
이 길을 다시 걸어들어가자니 더 걱정스럽다..
조금전 모두를 싣고 떠나갔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선착장이다. 주위가 이렇게 황량하지만 않았어도 이 풍경을 좀더 여유있게 즐겼을 것 같다.
타는 곳이라고 하는데 막혀 있다. 그래서 옆의 나오는 곳으로 탄다. ㅋㅋ
노선운항 시간표.. 겨울철에는 정원이 꽉차 조기 출항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혼자 아무도 없는 선착장에 앉아 배를 기다린다. 문득 안오는 건 아니겠지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아주 잠깐이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참 오랫만이다.
저 멀리서 배가 온다.
다가오는 배를 보니 무진장 반갑다.
오늘의 왕복승선권, 반쪽은 청평사로 올 때 건네주고, 반쪽은 댐으로 갈 때 내면 된다.
청평사와 댐을 연결해주는 배
무사히 소양감댐으로 돌아왔다. 저무는 햇빛을 받고 있는 소양강댐이 근사하다.
청평사로 가는 길에 찍어보고 싶던 새도 누군가 나타나기 전에 후다닥 찍고, 대기중이던 버스를 타고 춘천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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