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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서울대입구역] 사고는 났지만 그래도 찾아가는 남원추어탕

마술빗자루 2021. 7. 20. 18:21

어느 평일.. 병원에 정기 검진 가는 날이라 하루 휴가를 냈다. 검진을 끝내고 집에 오면 점심시간이라 엄마한테 밖에서 맛있는거 사드리겠다 했다. 그래서 고른 메뉴가 추어탕. 

엄마나 나나 추어탕은 외식할 때 거의 선택하지 않는 메뉴지만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여름이니 보양식으로 한그릇 먹자고 결정한 메뉴다.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찾아보니 평이 괜찮은 식당들이 몇군데 보이고, 그중에 돌솥밥이 나온다는 남원추어탕으로 정했다. 

 

집에 들려 엄마를 모시고 식당으로 가는 길.. 평일 한낮인데도 도로에 정차 수준으로 차가 많았다. 찔끔 찔끔 움직여가고 있는데 뒤에서 냉동탑차가 냅다 들이받았다. 뒷범퍼가 깨지고 트렁크 문이 찌그러져 열리지 않을 정도다. 다행히 엄마랑 난 크게 다치지 않아 일단 차를 이면도로로 빼고 상대편 보험회사에서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정기검진하느라 아침밥도 굶고 갔는데 나중엔 교통사고가 문제가 아니라 배고파서 어질어질하더라.. 

 

여튼.. 사고 접수하고 렌터카를 불러준다길래 연락처 주고 받고 헤어졌다. 엄마는 그냥 집에 가서 '물에 밥말아먹자' 하시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보험회사를 기다리던 골목이랑 남원추어탕이 꽤 가까운 거리였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예정대로 추어탕 먹고 들어가자 했다. 보양식이 아니라 치료식이 될 듯 하다. ㅋㅋ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식당 인근을 빙 돌다 골목 한켠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왔다. 서울대입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 집에서 걸어올만한 거리다. 

 

 

생각보다 가게 규모도 크다. 이미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았다. 

 

 

큼직한 사진 메뉴가 걸려 있다. 100% 국내산 미꾸라지만 사용한다는 현수막도.. ㅎㅎ

 

 

테이블 세팅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은데 추어탕에는 많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부추를 넉넉하게 내준다. 

 

 

김치맛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고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밥먹는 중간에 렌터카를 가져왔다고 하여 뜨거운 밥을 엄청 급하게 먹어야 했다. 

 

 

치커리무침.. 쌉쌀한 끝맛이 입맛을 돋군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ㅋ

 

 

무생채는 언제나 환영이다

 

 

청양고추인 것 같아 손대지 않았다. 

 

 

돌솥밥에 부을 뜨거운 물.. 주전자를 보니 이집의 역사가 보이는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어탕과 돌솥밥까지 한상이 차려졌다. 

 

 

대추편 하나, 은행 한알, 콩 두알이 밋밋한 흰쌀밥을 인상적으로 만들고 있다. 

솥밥은 어떻게 하든 맛있는 것 같다. 

 

 

추어탕도 꽤나 뜨겁게 끓여 나왔다. 통채로 미꾸라지가 들어간 통추어탕도 있던데 그런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으니 우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잘 갈아넣은 추어탕이다. ㅎㅎ

 

 

부추 듬뿍 올려 먹는다. 

 

 

부추가 국물에 잠기도록 잘 섞어 보니 국물 아래에 시래기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추어탕을 자주 먹지 않으니 다른 식당과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예전에 먹었던 추어탕을 떠올려보면 남원추어탕의 추어탕 국물이 묵직해서 좋았다. 자칫 흙냄새가 날 수도 있다는데 흙냄새나 잡냄새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맛이 나거나 엄청나게 맛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이 한그릇 먹으면 몸에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었다. 

 

솔직히 이날은 교통사고 직후라 제대로 음식 맛을 보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니 다음에 멀쩡할 때 엄마 모시고 다시 방문해봐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