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나들이/경상도 나들이

[삼천포/사천]차량 고장으로 인한 여행의 반전

마술빗자루 2009. 9. 26. 16:04

 

약간의 생선을 사들고 나와 이제는 여기를 얼른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들었던 남해의 숙박업소 주인들, 성의도 맛도 없었던 음식들, 불친절하던 삼천포어시장 상인들.. 내가 여길 왜 왔을까 싶었다..

 

서둘러 어시장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 방향으로 들어서려 하는데 시장 앞 교차로에서 차가 서 버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냥 멈춰버렸다.

교차로 한가운데서 차는 꼼짝을 안한다. 신호가 없는 교차로여서 사방군데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엄니와 뽀뽀, 삐삐는 일단 내려 길 한쪽으로 비켜 서고, 차를 어찌 움직여보려 하는데 차는 소리만 요란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부터 길 한쪽에서 지켜보시던 택시기사분이 다가오시더니 아마도 차의 밋션이 나간 것 같다 하신다. 서둘러 긴급출동을 부르고 일단 나도 옆으로 비켜섰다.

교차로여서 차들은 계속 경적을 울려댄다. 한참을 지나도 렉카는 오지 않고.. 난감하다..

 

또 어디선가 나타난 아저씨가 위험을 무릎쓰고 차를 한쪽으로 빼주신다. 그 분 덕분에 안전한 곳에서 렉카를 기다릴 수 있었다.

 

한참 후에 나타난 렉카 기사는 삼천포의 모든 정비소가 문을 닫았기 때문에 삼천포에서는 오늘 내에 차를 수리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쩌란 말인지... 오늘 올라가야 내일 출근을 하는데,, 그리고 여기서 하루를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절대 들지 않는다..

 

렉카 기사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인근의 정비소라도 안내해달라 하니 사천의 정비소를 찾아내주신다. 렉카를 타고 사천까지 이동하여 다행히 차를 정비할 수 있었다. 거금 50만원을 들여 저녁 8시 넘어서까지 차를 고칠 수 있었다. 일요일 늦은 저녁까지도 친절하게 차를 고쳐주신 분들이 계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을 하며 내내 우리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예기치 않았던 사고에 손을 내밀어주신 택시기사분, 친절아저씨, 렉카기사분, 정비소 분들이 있었기에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분들께 제대로 감사의 인사도 드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 공간을 빌어 그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여튼,,

차를 정비하고 나니 8시가 훌쩍 넘어 있다. 정비소 근처에는 식당 하나 없어 지금까지 저녁을 못 먹었다. 여기서 또 식당을 가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저녁을 먹어야겠기에 지나가다 발견한 동태찌개를 파는 식당에 들어 갔다.

그런데 왠일.. 지난 1박 2일 동안 먹었던 어떤 음식들보다 맛있다. 시장이 반찬이라 우리가 배가 고팠던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음식이 맛있다.

 

 

 

적당히 매운 맛을 가진 고추조림

 

 

 

아삭아삭 맛있었던 깍두기

 

 

 

김치

 

 

 

보기와 다르게 맛있었던 오이무침

 

 

 

 

 

상호가 양은냄비 어쩌구 였던 것 같다. 다 찌그러진 양은냉비에 동태와 무 등이 담겨 나온다.

양은냄비는 빨리 끓기 때문에 열효율에도 좋고, 식당의 빠른 순환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조리도구라고 할 수 있다.

 

 

 

맛있게 끓고 있다.

 

 

 

1인분 5천원, 고니 추가 2천원..

지금까지 먹었던 1인분 만원짜리들보다 훨씬 맛있었던 음식이다.

 

남해와 삼천포를 떠나기 직전 만났던 사람들과 음식 덕분에 남해와 삼천포에 대한 인상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쪽으로 다시 여행올 마음은 당분간 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