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_파울로 코엘료

마술빗자루 2008. 12. 30. 23:46

 

 

파울로 코엘료 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연금술사의 저자라는 이유보다는 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이 책의 제목에 눈이 갔다. 그리고 '1997년 11월 21일, 베로니카는 드디어 목숨을 끊을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는 첫장 첫 구절 또한 이 책을 택하게 만든 유혹이었다..

 

목숨을 끊는 행위는 소설 안에서나 밖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 행위를 통해 보여주는, 전달하는 의미와 사건들은 매우 다양하다.. 각기 다른 사연과 동기를 가지고 자신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행위를 이 작가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했다.

 

매번 반복되어짐이 분명한 삶의 무료함을 견딜 수 없었던 베로니카, 수면제 네 통을 모두 비운 후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조국 슬로베니아의 위치를 모르는 기자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러나 이 행위는 그리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적어도 이 책 안에서는..

 

베로니카는 살아난다. 그래야 얘기가 되지..

그리고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냐에 외국의 자본가들에 의해 세워진 정신병원 빌레트에 수용된다.. 남보기에 멀쩡한 여자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그런데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베로니카가 1주일 뿐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네 병의 수면제 덕택에 심장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한다.

 

그 일 주일 동안 베로니카는 자신의 소중함,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자아, 진정한 사랑 등을 깨닫는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생활하지만, 죽을 날짜를 일주일로 받아놓게 된다면,, 우린 각기 어떤 모습일까?

 

빌레트에 함께 있던 사람들도 베로니카를 통해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

어찌 보면 상투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고, 그리고 다시 삶속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죽음을 통해 삶을 얻는 이야기가 이 안에서는 전혀 상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평온하던 어느날 우울증에 걸린 제드카,

수십년간 변호사 일을 하다가 이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순간 공황장애에 걸린 마리아,

원하지 않는 길을 강요하는 부모의 사랑이 버겨웠던, 끝내 자신의 꿈을 저버릴 수 없어 정신분열증에 걸린 에뒤아르..

 

이 모든 이들이 베로니카로 인해 자신의 삶을 다시 살게 된다.

 

이 책은 베로니카가 죽기로 결심하면서, 죽음을 행하므로써 다시 모두 함께 삶을 찾게 만들었다..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애써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아 좋았다.

 

참... 베로니카는 죽지 않는다..

왜냐구?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ㅎㅎ

 

[본문중에서]

"...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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