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여기 저기 분주하게 일을 마치고 나니 사당동에서 점심 무렵이 되었다. 사당동에서 식사를 해도 되지만 기왕이면 좀더 나가보자 하여 경기도 의왕 백운호수에 있는 산너머남촌에 가보았다. 강원도 음식 전문점인 산너머남촌은 한참전에 가보면 좋겠다 생각하고 찜해놓았던 곳인데 엄마도 좋아하실 것 같아 모시고 갔다.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인지라 생각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니 테이블이 여유있게 배치되어 시원해보인다.
이 메뉴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첫장을 열면 마치 화보집처럼 꾸며져 있다. 큼직한 음식 사진과 함께 음식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곁들여져 있다.
따로 준비되는 메뉴판이 아니더라도 테이블의 유리판 밑에 메뉴가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강원도 음식 전문점답게 메뉴의 이름도 강원도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간단하게 먹어보자 하여 영월정식으로 주문했다.
깨끗한 유리판 위에 깔끔한 세팅이 보기 좋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수저포장.. 살균 소독 후 개별 포장을 하고 밀봉되어 있다.
첫번째 나온 음식은 단호박죽인데 달지 않아 좋았다. 단호박이 몸에 좋다는데 그 단 맛을 좋아하지 않아 즐겨 먹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코스의 하나로 내어주는 것까지 마다하지는 않는데 간혹 너무 달아 먹기 힘든 곳도 더러 있었다.
도토리전이다. 도토리가루로 반죽하여 얇게 전으로 부쳐내었다 굉장히 쫄깃하고, 도토리의 쌉싸래한 맛이 난다. 의외로 맛이 좋아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요리에 관심 많으신 엄마는 집에 가서 도전해보신다고 하던데 언제 해주실지는 모르겠다. ㅋㅋ
치커리와 양상치가 풍성하게 담기고 유자청으로 만든 것 같은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는 상큼 그 자체다.
도토리묵밥도 나왔다. 맛은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담아 먹을 오목한 그릇을 함께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접시가 있긴 한데 앞접시는 넓직하여 도토리묵밥을 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그릇이다. 그래도 할 수 없이 도토리묵밥을 앞접시에 덜어 먹고 나니 나중에 나오는 요리들을 담을 그릇이 없다.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소소한 부분까지 함께 신경써주면 좋겠다.
갓 버무려 나온 겉절이도 맛있었다. 다른 음식들도 물론 맛있었지만 김치가 맛있는 것을 보니 주방의 솜씨가 좋으신 것 같다.
메인격으로 등장한 녹두닭백숙이다. 반마리정도가 나오는 것 같다.
엄마가 양보해주신 닭다리다.. ㅋㅋ 부드럽게 잘 퍼진 녹두를 걷은 후 살코기를 찢어보니 역시나 부드럽게 잘 찢어진다. 먹기 좋은 부드러움이다. 다른 음식들이 많기 때문에 절대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살짝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맛있었다.
녹두닭백숙에 못지 않게 훌륭한 맛을 보여준 감자옹심이다. 지난번 강원도여행 때 옹심이 한번 먹어보겠다고 점심도 굶어가며 맛집을 찾아갔다가 못 먹고 왔던 바로 그 옹심이다.. ㅋ
옹심이와 함께 등장한 국그릇.. 진작 주셨으면 도토리묵밥도 담아 먹었을텐데... ^^;
다시 감자옹심이로 돌아오면.. 감자옹심이는 이런 모습^^.. 처음에는 너무 까만 모습을 보고 좀 놀랬는데 감자반죽을 숙성시켜 반죽해서 이런 색이 난다고 한다.
굉장히 쫄깃하고 맛있다. 감자와 바지락을 넣은 국물 맛 또한 일품이다. 감자떡을 좋아하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감자떡을 끓여먹는 맛이랄까? 물론 옹심이 안에 팥앙금은 안들어있다^^ 이 감자 옹심이만 따로 팔면 좋겠다.. ㅋㅋ
처음에는 그냥 보리밥인가 했던 곤드레밥이다. 곤드레밥이라고 하기에는 곤드레가 너무 적게 들어 있다. ㅋ
파를 넉넉하게 썰어 넣은 양념장을 넣어 비비면 된다.
엄마가 맛있게 비벼준 곤드레밥^^.. 그런데 감자옹심이에 대한 감동이 정말 컸던지라 상대적으로 곤드레밥에 대한 감흥은 살짝 떨어진다. ㅋ
떡은 그닥 즐겨먹지 않는 편인데도 맛있게 먹었던 모시떡이다. 무엇보다 후식으로 먹기에 맞춤한 크기가 좋았다. 정말 맛있는 떡이었지만 이미 배가 부르게 음식들을 먹고난 후이므로 딱 적당한 크기였던 것 같다.
후식 커피는 2층에 마련된 고객휴게실에서 원두커피로 즐길 수 있다. 들어올 때부터 보긴 했는데 계산을 할 때 사장님이 2층 휴게실에서 커피 마시고 가라고 친절하게 권하신다. 올라가보니 믹스커피와 원두커피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껏 즐길 수 있다.
2층 휴게실 내부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 커다란 전망창도 좋고(근데 전망은 별루다 ㅋ), 편안한 테이블도 좋다.. 식사 후에 커피 한잔 앞에 두고 한참 수다를 떨어도 눈치볼 필요 없어 좋아 보인다.
외식할 때 평소보다 더 까다로와지시는 엄마도 마음에 든다 하시는 것을 보니 추천할만한 맛집이 분명한 것 같다.. 이제 다소 투박하지만 자연냄새나는 강원도 음식이 먹고 싶을 때면 산너머남촌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산너머남촌 의왕점 / 031-451-0205
'즐기자 맛집 > 경기 & 인천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부도] 산속의 토종닭에는 진짜 토종닭이 있다 (0) | 2013.04.01 |
---|---|
[경기 김포] 간단한 점심으로 좋았던 광릉불고기 (0) | 2013.03.21 |
[경기 김포]수타 짜장면의 진수를 보여준 라오샹하이 (0) | 2013.01.04 |
[경기 분당]개성 강한 인도음식점 탈리 (0) | 2012.12.11 |
[경기 광명]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리바베큐하우스 (0) | 2012.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