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요트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다들 휴식을 취했다. 그리 힘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더웠기 때문에 한낮 땡볕에 돌아다니지 말고 쉬자는 분위기다.
실컷 스노클링을 즐겼던 근댕이가 한숨 자고 일어나 간식으로 라면을 먹는다길래 다들 한 젓가락씩 거들고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월요일 출근 때문에 먼저 서울로 가야 하는 근댕이 때문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던 것이다.
근댕이에게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무엇을 먹고 싶냐 했더니만 해물탕을 먹고 싶단다. 그래서 근댕이가 회사 동료에게 알아온 정보에 따라 전복이 잔뜩 들어간 해물탕집을 찾아갔는데 브레이크타임이란다. 오전에 준비한 재료가 모두 떨어져 다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어쩌랴..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예전에 맛있는 해물탕을 먹었던 삼성혈해물탕을 대안으로 찾아나섰다.
살아있는 삼성혈해물탕
가격이 오른 것도 같고...
우리는 좀전에 라면을 간식으로 먹고 왔기 때문에.. 그리고 근댕이 보내고 나서 저녁을 또 먹을 것이기 때문에 6만원짜리 중자로 주문했다.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그릇을 세팅해준다.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모든 세팅이 끝나 있고, 울 순댕이가 나를 위해 사진까지 다 찍어놨다. ㅋ
손 안대서 맛 모르는, 그러나 맛 짐작가는 콩장
열무김치는 잘 익어 보인다.
풋마늘과 무말랭이 장아찌... 맛있다.
멸치볶음
김치
소개가 간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반찬들을 맛본 기억이 없다. ㅋ
앞접시 이쁘장하게 준비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기다리는 사이에 한라봉막걸리를 먹어보자 하여 주문했다.
전형적인 막걸리잔에 담긴 노오란 한라봉막걸리다. 난 운전해야 하니까 맛만 보자 했는데, 진짜 맛만 봤다.. 텁텁하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영 내 취향이 아니다. ㅋ
드디어 등장했다..
싱싱한 전복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인다.
그런데 게는 이미 저세상으로 간 것 같다.
해물탕이 끓기 시작하면 키조개 등을 손질해주신다.
키조개를 손질하고 다시 자리잡은 해물탕이다.
잘 끓기 시작한다.
낙지는 너무 익으면 질겨지니 얼른 먹어야 한다.
요렇게 먹기 좋게 잘려진 낙지 하나 집어다 설정샷도 찍어본다. ㅋ
해물탕의 마무리는 우동사리다.
미나리와 우동사리를 넣고 잘 풀어 익히면 된다.
우동사리가 익은 것 같으면 미나리, 콩나물과 함께 건져 먹으면 된다..
삼성혈 해물탕은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앞선 두번의 방문에서 모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었기에 고민없이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우리가 삼성혈 해물탕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실내에는 우리 외에 두서너 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우리가 자리잡은 다음에 한 팀의 손님이 더 들어왔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에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가게 안 한쪽 벽면에 있는 창문을 모두 열어 놓은 것이 전부다. 벽에 붙어 있는 선풍기도 해물탕이 끓기 시작하자 화력을 약하게 한다며 꺼버렸다. 다른 음식도 아니고 불을 켜고 끓여 먹는 해물탕인데 올해처럼 더웠던 한여름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켜주지 않으니 그야말로 한증막에 앉아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일하시는 분들께 선풍기를 켜달라 하자 해물탕이 끓지 않는다며, 얼추 끓으면 선풍기를 켜주겠다 하신다. 그런데 우리 테이블의 해물탕이 끓으니 이번에는 옆 테이블 손님들 때문에 선풍기를 켜기가 어렵다 한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왠만하면 싫은 소리 내지 않고 식사를 하자는 주의기 때문에 참으려 했는데 도저히 찹을 수 없어 에어컨을 켜달라 요청했다. 그랬더니 그 상태가 에어컨을 켜놓은 것이라 한다. 에어컨을 살펴보니 에어컨에 표시되는 실내 온도가 30도가 넘었다. 손님을 상대로 영업하는 식당에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들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항의하자 그제서야 창문을 닫고 에어컨 온도를 낮춰준다.
이런 상황이니 해물탕을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해물탕이 한번 팔팔 끓고 나면 불을 줄이고 은근하게 계속 끓여야 해물에서 맛이 배어나온다 했는데 우리는 대충 익은 것 같아 보이자마자 불을 꺼버렸다. 땀을 줄줄 흘려가며 먹는 음식이니 무슨 맛인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또한 식당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한여름의 삼성혈 해물탕 방문은 두번 다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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