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주나들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막걸리집이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 온종일 뙤약볕에서 걷고, 걷고, 또 걷고.. 중간엔 산성도 오르고(?) 했더니만 무지 힘들다. 하루를 꼬박 같이 다니면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끝이 없다.. ㅋㅋ
목도 마르고, 피곤도 하니 이제 어디 한군데 정착해서 수다를 풀어보기로 했다. 황여사의 두 공주님들은 아빠한테 안전하게 맡겨 놓았으니 오랫만에 진한 술자리를 갖기로 했다. 목적지는 황여사의 부군이 추천해준 다정집.. 전주막걸리하면 다정집이란다.. ㅎㅎ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려 하는데 황여사가 간판 사진 찍으라고 알려준다. 나올 때는 깜깜할테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아주 깜깜할 때 나왔다.. ㅋㅋㅋ
생각보다 홀이 크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우리가 두번째 손님이었지만 곧 홀이 가득 찼다.
전주막걸리는 막걸리 주전자로 셈을 하고 한상이 차려진다. 첫 주전자에 기본 안주로 테이블이 차려지고, 두번째 주전자를 주문하면 안주 몇 가지가 추가되는 방식이다.
막걸리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주전자
커다란 무를 깔아 조려낸 꽁치다.
주인공이 오이 같지만 실은 부추 같은 무침
동태탕이다. 얼큰하고 칼칼한 동태탕은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가며 먹는다. 이것 하나만 있어도 오늘 술자리 끄떡 없을 것 같다.
찐 옥수수와 날배추...
양념게장도 맛있었다.
이날 나를 정말 깜짝 놀라게 했던 안주.. 그 이름하야 우뭇가사리고추냉이무침.. 이런 음식은 왜 만드신걸까? 정말 말 그대로 고추냉이무침이라 살짝만 먹어봐도 한참동안 코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ㅋㅋ
문어, 꼬막, 브로콜리의 조합이다. 쫄깃한 문어는 좋았는데 꼬막은 살짝 선도가 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도 나왔다. 찐 양배추와 함께 나온 양념된장도 맛있다.
두부김치.. 두부 김치의 김치는 보통 신김치나 볶음 김치가 나오는데 다정집에서는 열무김치가 나왔다.
번데기.. 한번씩 집어 먹으면 고소하다.
견과류볶음.. 안주라기 보다는 건강식인데.. ㅋㅋ
낙지를 굵직하게 썰어 넣고 부추를 푸짐하게 넣은 해물파전.. 다정집의 안주들은 하나같이 재료를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막걸리.. 보통 막걸리하면 탁주를 떠올리는데 다정집에서는 맑은 막걸리도 있어 선택할 수 있다. 막걸리를 만들어 가라앉힌 후 위의 맑은 술만 담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첫 맛이 굉장히 깔끔해서 탁주의 텁텁함이 싫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그러나 만만히 보면 안될 것이 우리도 세 주전자나 마시고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뒹굴거려야 했다. ㅋ
거의 생물이다시피 테이블에 올라왔던 동태탕을 바글 바글 끓여 한접시 떠왔다. 사진에서 보듯이 국물이 개운 칼칼 아주 좋다.
여기까지가 첫 주전자의 기본 상차림이다.
그동안 묵혔던 이야기들을 이어가자니 막걸리 한 주전자로는 어림도 없다. 자연스레 두번째 주전자 주문^^
두번째 주전자의 추가 안주 스타트는 코다리찜? 명태찜? 이다.. 솔직히 우리 이야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얘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 맛으로 명태, 코다리 등을 구분해낼 능력 또한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할 수밖에.. ㅋㅋ
처음 등장할 때 '이게 뭐야?' 했던 안주.. 커다란 접시에 날치알과 새싹이 가득이다. 그리고 김을 함께 내주는데.. 정말 '이게 뭐야?' 했다.. 그런데 셋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김에 날치알과 새싹을 올려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고소한 누룽지도 등장했다.
갓 튀겨낸 새우와 오징어 튀김
좋아하는 소라도 나왔다. 신난다.. ㅎㅎ
여기서부터는 순서가 좀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세번째 주전자의 안주로 나온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밥안주다..
간장게장의 간장을 넣고 김가루 넣어 볶은 밥인데 정말 정말 정말 맛있다. 이미 배가 엄청 부른 상태였는데도 저절로 숟가락이 간다.. 아마 다음날 숙취로 그닥 고생하지 않은 건 순전히 이 밥안주 때문인 것 같다. 술을 마실수록 안주를 안먹는 편인데 거의 취할 때쯤 이 밥안주를 엄청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난다.. ㅎㅎ
수박이 나왔으니 이제 끝인가...
아니다.. 엄청난 포스의 가오리찜이 대단원을 장식하고 있다..
정말 제대로 된 전주막걸리를 경험한 것 같다. 말간 막걸리도 맛있었고, 하나 하나 내어주는 안주들도 훌륭했다.
술 좋아하는 지인들 한꺼번에 불러모아 전주에서 막걸리 파티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ㅋㅋㅋ
다정집
전주시 완산구 송정1길 16 / 063-222-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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