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즐기는 편인 우리 가족들이 제주에 가서 꼭 먹고 오는 음식 두가지는 갈치조림과 돼지고기다. 갈치조림은 전날 삼거리식당에서 맛있게 먹었고, 셋째날 저녁 메뉴로 흑돼지구이를 먹기로 했다.
흑돼지구이는 유명한 식당도 많고, 맛집도 많지만 계속 새로운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방문해서 기억이 좋았던 식당들도 있지만 숙소 가까운 곳에 있는 맛집을 찾다 구두미연탄구이를 발견했다. 구두미연탄구이도 생긴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식사 시간대는 늘 대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집이라고 하여 우리도 방문해봤다.
좀 일찍 출발했어야 하는데 꾸물럭거리다 어중간하게 나섰더니 당연히 대기리스트에 올려야 했다. 우리 앞에 두 팀 정도 있다 하고, 구워먹는 고기이니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근처에 마땅하게 대신 갈만한 곳도 없어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근데 진짜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밤이라 안보인걸까?) 그냥 차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ㅋㅋ
우리가 입장한 이후에는 손님들이 좀 뜸해지는 시간이었는지 빈 테이블도 보였다.
일단 제주흑돼지 900g을 주문하고 나중에 추가 주문했다. 근고기는 목살과 오겹살이 함께 나오고, 추가 주문할 때는 선택 가능하다고 한다.
상호 그대로 연탄불을 사용한다. 연탄불만의 장점이 있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ㅎㅎ
인생은 고기서 고기~
원산지 표시가 아주 큼직하게 되어 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의미 아닐까? 사진을 올리며 다시한번 자세히 보니 두부 콩 빼고는 모두 제주산과 국내산이다.
서빙이 빠른 편이라 기본상이 금방 차려졌다.
싱싱한 상추를 꽃처럼 담아줬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이쁘게 담아 나오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구두미연탄구이에 대한 좋은 편을 많이 보아서인지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마구 마구 기대가 상승중이다.
빨간 고춧가루 팍팍 넣어 무친 콩나물무침도 좋지만 이렇게 슴슴하게 무친 콩나물무침도 맛있다. 콩나물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아무 맛도 안난다 하시길래 내가 다 먹었다. ㅋㅋ
예전에는 고급 음식점에서만 내어주었다는 명이가 이젠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물이 되었다.
생고추냉이와 갈치젓인지 자리젓인지 잘 모르겠는 젓갈과 쌈장, 마늘, 소금이 준비되었다.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우리 입맛에는 소금이 젤 나은 것 같다.
신맛고 단맛 모두 센 편이 아니어서 좋았다.
김치는 평범한 편..
저 드레싱이 뭐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당연히..
와~ 이렇게 굵은 고사리를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가늘디 가는 고사리만 보다 이걸 보니 다른 종류인 것 같다. 고사리나물 진짜 좋아해서 그냥도 먹고, 구워도 먹고, 리필 요청해서 또 먹었다.
근데 왜 한라산 안 시키고 참이슬 시켰지?
아,, 깔끔하게 나왔을 때 찍었어야 하는데... 모양은 이래도 순댕이가 맛깔나게 비빈 것이라 고기와 맛나게 먹었다.
고기가 등장하기 전에 멜젓이 먼저 연탄불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향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식구들이라 멜젓도 나만 먹는다. ㅋㅋ
오~~~ 드디어 등장했다. 흑돼지 목살이다.
자태만 봐도 아름답다.
고기가 두꺼우니 서버가 자주 와서 들여다보고 고기를 구워준다. 고기도 딱 맞춤하게 잘 구워줘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기가 구워지는 사이에 된장찌개도 등장했지만 이미 우리의 모든 마음은 흑돼지 목살에 가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맛있는 된장이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비계만 잔뜩 붙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심'이라 부르는 저 부분이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한다. 손님들도 처음엔 거북해하다 맛을 보면 저 부위만 찾는다고..
이미 여러 포스팅에서도 봤고, 서버의 설명도 들었지만 우리 모두 반신반의의 눈길로 집중하는 중이다.
몇 점 안나오는 부위라 잘 구워진 목심을 잘 배분해서 접시에 얹어준다. 엄니 먼저 ㅎㅎ
나도 한점 받았다. 일단 사진 먼저 찍고 맛을 보니.. 오호 진짜 맛있다. 전혀 기름지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쫄깃한 치감도 좋다. 사람들이 왜 그리 칭찬했는지 알 것 같다. 입맛 까다로운 엄마와 순댕이도 맛있다 인정했다.
연탄불이 은근하게 화력이 지속되는 편인지 숯불처럼 화르륵 타오르진 않아서 계속 애타게 지켜보는 중이다.
목심을 사이좋게 나눠 먹고 이젠 본격적으로 목살구이에 집중한다. 큼직 큼직하게 잘라서 더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잘 익은 목살구이 한점 집어와 생고추냉이랑 먹어봤다. 목심도 맛있었지만 목살 역시 맛있다.
명이나물만 먹은건 절대 아니다. ㅋㅋ
고기를 다양하게 즐기는 중..
아.. 내가 왜 이리 열심히 고기를 즐기고 있나 생각해봤더니 이날 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이런..
운전해서 돌아가야 하니 근댕이와 나 둘 중 하나는 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 물론 대리를 부를 수도 있었으나 첫날 밤부터 알 수 없는 위경련이 있어서 술을 자제해봤다. 그러니 자연스레 내가 물 마시는 사람이 되었다. 아프기도 하고, 맛있는 고기와 술도 못 먹고, 운전도 하고.. 뭔가 불공평해보이는군..
그래도 고기가 맛있으니 용서된다. ㅎㅎ
흑돼지 오겹살은 우리가 목살을 먹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초벌구이해서 가져다주셨다. 훨씬 더 맛있는 비주얼로 등장했는데 사진찍고 고기먹고 한다고 오겹살 사진이 이것뿐이 없다. 사진은 이래 보여도 오겹살도 엄청 엄청 맛있다.
추가 주문한 흑돼지 목살이다. 추가 주문은 목살과 오겹살 중 선택 가능한데 우린 목살로 주문했다. 실은 난 오겹살이 더 맛있었는데 다들 목살을 더 맛있어 하는 것 같아 목살로 주문했다.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니 다들 오겹살이 더 맛있었단다. 다음에 구두미연탄구이 가면 추가는 꼭 오겹살로 하기로 했다. ㅋㅋㅋ
김치말이국수 좋아하는 순댕이가 주문했다. 다들 배가 불러(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니..) 식사를 하지 않겠다 하는데 순댕이가 김치말이국수를 꼭 먹어야겠다 하여 주문한 것이다.
사진 참 이쁘게 나왔다. 그런데 김치말이국수는 비주얼이 맛보다 좀 나은 편이다. ㅎㅎ
구두미연탄구이는 온라인의 평처럼 맛있고 친절한 곳이었다. 젋은 사장님이 참 친절하게 손님을 맞아주신다. 계산을 하고 나올 때에도 오래 기다리게 하여 미안했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사장님이 미안할 일은 아닌데 말이다.
구두미연탄구이는 무엇보다 일단 맛있는 고깃집이다. 주인과 직원들이 아무리 친절하더라도 음식이 맛있지 않으면 다시 방문하기 어려울텐테 구두미연탄구이는 맛과 친절을 함께 갖추고 있으니 다시 방문하고 싶은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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