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반디앤루니스)
3만 3천원짜리 구조방정식모형분석 책을 사면서 왠지 그 책만 사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함께 산 책이다.
요새 아무 정보없이 영화보기, 책읽기에 재미 들렸나보다.
낯익은 저자의 이름 때문인지 아무 생각없이 선택했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이 책이, 저자가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문체에 독특한 느낌이 있다.
하얀건 종이고(요즘은 미색도 많지만^^), 까만건 글자라고 하지만
글자가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글자 본래의 의미보다 더 많은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어려운 사색이나 은유가 아니더라도 저자의 문체만으로도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키친은 나에겐 너무 피곤한 문체였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원래의 글쓰기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인 김난주씨의 솜씨인지 알 수 없지만(전자일거라 생각하지만^^;)
수많은 의미없는 쉼표들은 나의 신경을 톡톡 끊어 먹는 것 같았다.
도무지 그 의미를 연결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많은 쉼표의 사용을 통해 요시모토 바나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작 키친의 스토리는 많이 빈약하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던 나는 어이없게도 키친 - 만월(키친2) - 달빛 그림자로 구성된 이 책이 하나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키친에서 할머니를 여윈 미카케의 아픔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는데, 미카케가 왜그리 키친에 집착하는지도 공감하지 못했는데
만월(키친2)에 가면 에리코씨의 죽음과 유이치가 등장한다.
유이치와의 사랑의 시작을 이야기하다 달빛 그림자에 갔더니만 첫사랑인 히토시의 얘기를 시작한다.
난 미카케의 첫사랑이 히토시라는 줄 알았다^^;
앞의 내용에 소타로와 연애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히토시는 또 뭔가 생각했다.
유이치와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첫사랑의 얘기를 하려는건가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상하다.
달빛 그림자의 여주인공은 미카케가 아니라 사츠키다.
'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하고 얼른 앞을 들춰봐도 뭔 일인지 모르겠다.
달빛 그림자를 읽다 말고 이리 저리 들춰보니 그제야 이 책이 단편집이라는 소개가 눈에 들어온다.
키친도, 만월(키친2)도, 달빛 그림자도 각각 다른 이야기였던 것이다.
만월이 키친2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도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고서야 알았다.
좋게 말하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엮어낸 작가의 놀라운 솜씨고
나쁘게 말하면 각기 다른 이야기라고 풀어냈지만 전혀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는 후자의 느낌이 더 강했다.
신경을 톡톡 끊어 먹는 것 같은 쉼표의 사용과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잘 안되는 빈약한 스토리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다소 유아스런 키친의 방식은 왠지 머리로 꾸며낸 아픔인 것만 같다.
작가가 사랑하는 이를 잃는 아픔을 온전히 느끼고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 책이다.
다음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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