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해수욕장 개장을 하지 않아서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 것이 정상적인 식당 건물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해수욕장 쪽으로 포장마차가 두어개 영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 식당을 찾아 나섰다.
민박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해수욕장 입구쪽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고 하던데 입구쪽으로 다 걸어왔는데도 눈에 띄는 식당이 없다.
제법 번듯한 식당이라고는 민박을 겸하고 있는 기사식당 뿐이다.
그러다 발견했다. 어민횟집 입간판을.. 어민횟집이라..
여행를 다녀보면 안다. 어촌에서는 해녀나 어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이 기본 이상의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어민횟집으로 간다..ㅋㅋ
방파제 끝 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 어민횟집이라 하면 아무래도 바닷가와 가까와야 할테니..
간판을 보니 세월이 보인다.
앗, 그런데 이게 왠일..
손님이 하나도 없다. 토요일 저녁인데 우리가 첫손님인 것 같다.
가격은 그냥저냥..
농어와 돔 중에 어느 것이 더 낫냐 물었더니 둘 다 좋단다. 우리의 선택에 도움이 안되는 대답이시다.
기왕이면 맛있는 걸로 사드리고 싶었는데 말이다.
돔으로 주문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첫 상을 차려준다.
소라를 보니 바닷가에 온 기분이 난다.. ㅎㅎ
난 좋아하지 않지만 울 언니, 오빠는 좋아하는 콩
흠.. 얜 손도 안댔다. 양배추 마요네즈 샐러드
동그랑땡은 아마도 만들어두었다가 데워 나온 것 같다. 속까지 따뜻하게 데워지지 않았다. 투박한 맛이다.
매생이전인 것 같아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께 재료가 무엇이냐 여쭈었더니 모르신단다.. 오늘 첨 나오셨다구^^;
식초물에 빠진 우뭇가사리
맹물에 식초 약간 넣어준 것 같다. ㅋㅋ
과일샐러드
마늘 고추 형제
조개탕이 그 중 제일 나았다.
첫 상을 내어준 후 또 한참 있다 가져다준 호박죽
그런데 너무 달다. 몇 숟가락 뜨다 말았다.
번데기는 우리 이쁜둥이들 몫으로 챙겼기 때문에 뭔 맛인지 모른다.
도토리묵도 별루..
그나마 면피를 할 수 있게 해준 전복.. 그런데 내장을 껍데기에 붙인 채로 내어준다. 이런 경우 첨본다.. ㅜㅜ
새우
개불은 싱싱했다.
전복 내장에 이어 어쩌라구 2탄. 멍게살과 껍데기가 붙어 있다. 으이구..
콘샐러드
소라
며칠 전 냉동소라를 화공약품으로 불리는 뉴스를 본지라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그냥 먹는다..
꽁치구이는 맛있었다.
초고추장에 집중해주시길..
횟집에서 이런 초고추장 첨 본다. 그냥 집고추장을 조금 묽게 만든 것 같은 모양새와 맛이다.
여기에 회 찍어 먹었다.. ㅠㅠ
돔이 나왔다. 일단 양은 많아 보인다.
그런데 회가 싱싱하지가 않다.
들어설 때부터 예상했지만 손님이 없으니 얘들을 찾는 이들도 없을테고,, 얘들은 수족관에서 넘 오래 살았던 것이다.
물을 잔뜩 먹어 흐물흐물 거린다. 돔이 쫄깃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안 쫄깃하다. 흐물거리다 질겨진다.
갑자기 막 울고 싶어진다. 전라남도 해남까지 와서 이런 회를 먹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까지 나온 곁반찬들에도 참았는데 회를 보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 불끈 불끈 솟구쳐 오른다.
그래도 먹기는 한다. 우걱 우걱
얼른 먹고 일어나고 싶어졌다.
매운탕을 달라 하니 상을 싹 걷어가고 밥반찬들을 차려준다.
상을 걷어갈 때도 아직 음식이 남았으면 먹고 있는 중이냐 물어야 할텐데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가져가 버린다. 어이가 없었지만 싸우기 싫어 그냥 뒀다.
이 상차림에서도 딱히 손이 갈만한 곳이 없다.
굉장히 걸쭉한 매운탕이다. 고추장을 많이 푼 것 같다.
돔 머리를 넣고도 이런 맛이 나다니.. 슬프다..
게다가 국물은 짜다. 밥 먹으면서 성질내는 편이 아닌데도 자꾸만 화가 나려고 한다.
밥두 우걱 우걱 먹고 얼른 일어나 나왔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손님이 하나도 없더니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들도 우리랑 똑같이 농어가 좋냐 돔이 좋냐 묻지만 주인장은 여전히 별 도움 안되는 대답만 건네준다.
맘 같아서는 여기 진짜 맛없다. 생선 안좋다 알려주고 싶었는데 꾹 참고 나왔다.
계산을 하는데 주인이 맛있게 먹었냐 묻는다. 이럴 때는 무어라 말해야 하누???
어지간해서는 잘 먹었다 인사하고 나오는 편인데 도저히 그런 대답이 안나와 그냥 안녕히 계시라 인사하고 나왔다..
이젠 어디 가서 어민, 해녀 간판만 보고 들어가지는 않게 될 것 같다.
난 진짜 남도에 와서 이런 밥을 먹게 될 줄 몰랐다구.. ㅠㅠ
<2010. 12. 27 내용 추가>
지금 추가하는 내용은 요청에 의한 것이다.
어민횟집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주인도 바뀌고, 메뉴도 바뀌었는데 나의 포스팅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글의 삭제 요청이 왔다.
이 글을 올리며 일부러 영업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 하여 없는 내용을 지어낸 것도 아닌지라 삭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여행을 하며 많은 식당을 가게 되는데 그 중에는 정말 맛있는 집, 정말 친절한 집도 있지만 비싸고 맛도 없으면서 불친절하기까지 한 곳도 있다.
좋은 곳만 올리는 것은 다른 많은 이들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의 정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감없이 내가 겪은 그대로를 올리고 있는 것인데, 그러한 정보가 식당 관계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새로 인수하신 분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의 포스팅이 그다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요청이 있었으므로 달라진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추가하는 내용은
어민횟집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 메뉴도 바뀌었다는 것...
주인과 메뉴가 달라진 후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나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니 그 다음 평가는 이후 방문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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