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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엉겅퀴_박경리

마술빗자루 2008. 12. 30. 23:18

 

 

나비와 엉겅퀴 1, 2 / 박경리 저 / 이룸 / 2004

 

조금은 당황스런 문체다.

2004년에 이런 문체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조금은 당황스런 스토리다.

2004년에 이런 스토리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여덟 시가 지나면 득실거리던 다방 안은 휑뎅그렁해진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대개는 물 빠진 해변처럼 쓸쓸해지는데, 한시름 놓고 잡담을 하거나 화장을 고치거나 아니면 솜같이 풀어진 몸을시트에 기대며 휴식하고 있는 레지들은 이런 시각에 찾아드는 손님에겐 관심을 가지지 않을뿐더러 때론 짜증스런 마음으로 대하기까지 한다. 더욱이 오늘같이 이런 궂은 날에는.

 

...

 

피곤한 듯, 여자는 고개를 흔들어보고 목을 뒤로 젖히고 하더니 레지에게 다시 손짓했다.

"나 커피 한잔 더 주실까?"

레지는 여자를 빤히 쳐다본다. 무슨 괴로운 사연이 있는 듯한, 때늦은 외로운 여자 손님에게 여자인 레지는 대개 그런 잔인한 시선을 보내기 일쑤다.

"계란 하나넣어주시고요"

아마 계란은 잔인한 눈길을 피하기 위한 여분의 주문인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