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1박 2일의 나들이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점심은 순창에서 먹기로 했다. 순창을 택한 이유는 남원에서 가까운 곳 중 오일장이 열리는 곳을 들려가기로 했는데 마침 순창에서 오일장이 열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도 계속 오고, 제법 쌀쌀해진 날씨 덕분에 여러 곳을 들려보는데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순창오일장만 들려보기로 했다.
언제나 재미난 장터 구경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엄청 거센 바람과 점점 늘어가는 짐 때문에 사진찍기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ㅋ
간단한 구경과 장보기를 마치고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순창에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알찬 한정식으로 유명한 새집식당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보았다.
네비가 알려준 곳보다 한 블럭 안쪽에 있으므로 혹시 찾아갈 계획이라면 전화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식당 간판이 있는 곳의 안쪽으로 들어오니 제법 넓직한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식당 위치를 몰라 길가에 주차를 하고 난 후에 찾아왔다.
마당에서는 연신 화덕에 고기를 굽고 있다. 오래된 한옥을 식당으로 이용하는 것인지 모두 방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점심시간으로는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이 무척 많다. 예약 없이 왔더니 조금 머뭇거리다가 한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우리는 3인이니 46000원..
안내된 넓은 방에 가운데를 비워두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ㅋㅋ
곧 오래된 주전자가 쟁반에 담겨 들어왔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대접받는 따뜻한 보리차가 정말 좋았다.
옛날 외할머니댁에도 가운데 유리가 있는 방문이 있었다. 이렇게 창호지를 바른 문을 정말 오랫만에 보는 것 같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한상이 들어왔다. 빈 자리는 소불고기와 돼지불고기가 올라갈 자리다.
투실투실한 고사리는 고소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시큼해보이지만 전혀 시큼하지 않았던 깍두기다. 처음에는 달랑 3개뿐인 깍두기가 좀 매정해보였지만 워낙 반찬이 많아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된장박이 깻잎장아찌도 짜지 않고 좋았다.
무진장 맛있게 먹은 생굴초무침.. 내가 거의 다 먹은 것 같다. ㅋ
황석어젓갈에 고추를 넣어 만든 장아찌다. 입맛 없을 때 물말아서 이 반찬과 먹으면 밥이 꿀떡 꿀떡 넘어갈 것이다. ㅋㅋ
오래 묵은 것 같은 파김치도 맛이 제대로 들었다.
부드러운 열무 줄기로 만든 반찬.. 순한 맛이 좋다.
고추장절임마늘장아찌.. 간장절임 마늘장아찌를 보통 많이 내어주는데 순창이라 그런건지 고추장절임 장아찌가 나왔다.
조개젓에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한 반찬이다. 짭조름하지만 입맛 당기는 맛이라 자꾸만 손이 간다.
얘는 평범한 새송이버섯볶음 ㅋ
제법 토실토실한 조기구이가 나왔다. 화덕에 구웠는지 후라이팬에 구운 것과 다른 맛을 낸다. 순창에서 엄마랑 땅콩도 조기를 사왔는데 순창표 조기가 맛이 좋았다.
별것 안 넣은 된장찌개다. 그러나 정말 정말 정말 맛있다는 것.. 바닥을 볼 정도로 떠먹었다.
냉이였던 것 같다.
들깨를 넣어 만든 토란.. 몸에 좋다는데 난 별 맛을 모르겠다. ㅋ
김무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내게는 살짝 짰다.
바로 부쳐내온 전이라 고소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보기만 해도 그 시원한 맛이 다 전해져올 것 같은 동치미다. 도시의 식당에서 사이다를 넣어 만든 동치미와는 전혀 다른 맛을 보여준다.
멸치꽈리고추볶음.. 이런 반찬도 좋아하지만 나를 유혹하는 반찬들이 정말 많아 그냥 구경만 했다. ㅋ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석화가 나왔다. 굵기를 보면 양식이겠지만 싱싱한 석화인지라 맛나게 먹었다. ㅋ
꼴뚜기젓갈이다. 젓갈이 제법 다양하게 나왔다. 엄마가 젓갈을 좋아하시지 않아 집에서는 먹기 어려우니 이런 기회에 많이 먹어둬야 한다. ㅋ
심심하게 잘 무쳐진 숙주나물은 나 혼자 다 먹었다.
전라도 김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ㅋ
석쇠로 구운 소불고기.. 나한테는 많이 달고 다소 퍽퍽하다. 돼지불고기가 나중에 나왔는데 우리한테는 돼지불고기가 더 인기가 좋았다.
마당 한켠에 피어 있던 꽃.. 엄마가 이름을 알려줬는데 당최 기억이 안난다^^;
넓은 마당 주위로 방이 배치되어 있는데 신발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정말 손님들이 많았다. 같은 방에 있던 손님들도 식사를 하자마자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얼른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며 일어난다. 서울의 어떤 식당에서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쫒겨난 경험이 있는지라 이렇게 자발적인 손님과 주인의 배려가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전북 순창의 새집식당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다시 순창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려 식사를 할 것 같은 식당이다.
새집식당 / 063-653-2271
'즐기자 맛집 > 전라도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남 장흥] 시루와 콩 (0) | 2013.04.03 |
---|---|
[전남 장흥] 백광주막촌에서 만난 시장국밥의 진수 (0) | 2013.03.20 |
[전북 고창]셀프 장어 전문점 금단양만 (0) | 2013.01.19 |
[전남 순천]순천오일장에서 만난 건봉국밥 (0) | 2012.12.24 |
[전남 벌교]하마터면 못 먹을뻔한 국일식당의 꼬막정식 (0) | 201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