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목)
아침 8시 15분 출발이니 집에서 5시에 나서기로 했다. 2시간 전 공항 도착이고, 여행사에서 e-ticket을 받아야 하니 좀 더 일찍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 출발이 좋긴 한데 2시간 전 공항 도착을 생각하면 전날 잠을 거의 못잔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순댕이도 꼬박 밤새고 4시 40분이 되니 집에 왔다. 다들 비몽사몽간에 출발이다.
이번에도 울 이쁜둥이들은 집에 그냥 두기로 했다. 애견샵에 가서 자기들이 버려졌다는 생각에 밥도 못먹고 피골이 상접한 꼴이 되어 맘고생하는 것보다는 주인들 원망하며 집에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다. 사료 잔뜩 부어놓고, 물도 가득 떠놓고, 보일러도 2시간에 한번씩 돌아가도록 두고, 내 방문도 열어두고 했으니 일단 춥거나 배고프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장기주차장에서 주차동을 거쳐 탑승동으로 가는데 이리 이쁜 장식이 되어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장식인 것일까? 여튼 이쁘다..
이른 새벽 올림픽도로를 달릴 때만 해도 차가 거의 없었는데 공항에 오니 완전 인산인해다. 방학을 맞아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더니만 이리 이른 시각에도 정말 사람 많다. 하긴.. 인천공항에서 한산했던 경험 자체가 없는 것 같긴 하다.
출국 전에 식사를 하기 위해 지하 1층 푸드온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조금씩 어긋나는 경향이 있다. 여행사 데스크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줄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항공사 체크인시에는 이제 갓 들어온 신입직원인지 일처리가 너무 늦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시간을 보니 좀 빠듯하긴 하지만 부지런히 먹고 가면 될 것 같아 들른 푸드온에서도 마냥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가 나오면 받아가는 셀프시스템
드디어 나온 우리 아침식사..
근댕이만 튀김우동을 시키고 우리 모두 돌솥비빔밥으로 통일했다.
뜨겁게 잘 달궈진 돌솥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다.
고추장 듬뿍 넣어 비비면 된다.
시간이 없어 빨리 먹어야 하는데 무지 뜨겁다.. 그래도 다들 후다닥 먹고 일어난다.
간신히 탑승한 제스트항공..
그동안 외국여행 다니면서 이번처럼 탑승시간을 넘어 탑승한 경우는 처음이다. 그렇잖아도 빠듯한 시간 때문에 마음 졸였는데 유나가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찾아야 한다고 하고, 탑승게이트는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이동해서도 가장 끝쪽이었다. 아침부터 죽자고 뛰었는데도 결국 시간에 늦고 말았다.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어찌나 민망하고, 창피하고, 미안했는지... 다음부터는 3시간 일찍 도착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저러나 어리버리하던 체크인 담당 직원은 자리 배정도 어리버리하게 해놨다. 미리 알고 있었던 정보에 의하면 제스트항공은 3-3 배열이었는데 우리에게 4-1로 주어도 되냐 묻는다. 4명은 이어주고, 1명은 따로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4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로 주겠다니 그러라 했다.
그런데 왠일.. 역시나 사진에서 보듯이 제스트항공은 3-3 배열이었다. 3명이 나란히 앉고, 1명은 그 옆 라인에 앉는거다. 그리고 또 다른 1명은 뒤에.. 이게 어찌 4-1 구조인지.. 그렇잖아도 늦게 들어와 정신없는데 자리까지 이 모양이라 한참을 허둥대야 했다. 일단은 자리 투정을 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숨찬 가슴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우리가 제일 마지막으로 탑승하자마자 바로 이륙준비에 들어가더니 이륙했다. 이륙하고나니 바로 기내식을 나누어준다. 그런데 우리 일행까지 온 스튜어디스가 나무젓가락만 건네고는 가서 안온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나무젓가락이 재밌어서 찍어봤다. ㅋㅋ
한참 뒤에 가져다준 제스트항공 기내식이다.
거참.. 익히 보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대면하니 참 거시기한 구성이다.
유부초밥은 좀 많이 달달하고, 참치주먹밥은 좀 많이 느끼하다. 기내식이라면 중국동방항공의 햄버거를 제외하고 남겨본 적이 없는데 참치주먹밥은 정말 먹기 어려워 결국 남기고 말았다.
달달하고 느끼한 애들과 함께 먹으라고 넣어준 오이지와 무말랭이는 그런대로 괜찮은 조합이었다.
미소스프
기내식을 건네주고서도 또 한참을 지나서야 뜨거운 물을 가져다준다. 설명 없이 기내식만 덜렁 건네주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미소 스프를 주먹밥에 뿌려 먹는 사람도 있었다. 설명을 해주거나 뜨거운 물을 빨리 주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그런데 뜨거운 물 한컵에 미소스프 가루를 다 넣으면 좀 짜다. 아니 많이 짜다.. 제스트항공 후기를 읽어보니 짜다는 얘기가 많아서 나는 미리 물을 두 컵을 달라 해서 간을 보며 물을 더 넣었다. 그래도 좀 짠 편이다.
커피도 미리 종이컵에 따라서 서빙해준다. 커피 좋아하는데 커피 맛도 별루라 남겼다.
기내식과 물, 커피 외에는 모든 것이 유료라 기내식 이후에는 그냥 모자란 잠을 청했다. 참, 기내식 그릇을 수거해가면서 승객들 옆에서 스튜어디스가 바로 잔반을 비닐봉투에 담아 넣어 정리한다. 음식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릇 정리하는데 편리하게 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은데, 그래도 승객들 옆에서 잔반까지 정리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직각의자라든지, 좁은 자리, 좁은 통로, 고장난 화장실 등은 어찌 참아보겠는데 승객들 옆에서의 잔반처리는 정말 안했으면 좋겠다.
4시간 30분 비행이라 그리 길지 않으니 영화라도 한편 보면 딱 맞겠다 싶어 갤노트에 담아 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한숨자고 나니 도착이다. 깔리보공항은 임시공항이라 그런지 활주로도 짧고 공항청사와의 연결교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활주로에 그냥 내린다.
앞에 보이는 초록색 건물이 공항청사다.
우리가 타고온 제스트항공
청사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로 북적북적 난리다. 에어컨도 시원하게 안 틀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한가득이다보니 더 더운 것 같다. 그런데 가만보니 입국심사도, 세관 검사도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입국 심사시에는 입국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그 앞에서 쓰느라 난리다.
그런데 우리 차례가 되어보니 우리가 비행기에서 받아 작성한 것은 세관신고서였다. 출입국신고서는 건네받지 못했는데 그걸 달라 한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국심사대 앞에서 작성하느라 땀 좀 흘렸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또 긴 줄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관검사를 하는데 2명이서 모든 승객들의 가방을 일일이 다 열어보고 있다. 그러니 그 작은 공항에 사람들로 혼잡할 수밖에.. 서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상황에서 묻고 설명하고 항의하고 난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 정도다..
우리는 얼른 돌아가며 화장실에서 여름옷으로 갈아 입고 줄을 섰더니 거의 끝무렵이 되었다. 세관검사하던 아저씨도 지쳤는지 일행 수보다 적은 가방 숫자를 보더니 우리는 가방도 열어보지 않고 통과다. 지금까지 계속 지켜봤는데 가방을 열지 않고 통과한 사람들은 우리가 처음인 것 같다. 보라카이에 오기까지는 힘들었는데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생기려는 것일까? ㅋㅋ
참, 깔리보공항에서는 반입되는 면세품에 대해 특히 까다롭게 검사한다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구매한 면세품이 있다면 면세점 봉투에서 꺼내어 다른 가방에 넣는 것이 좋다.
여행사에서 구매한 에어텔 상품에 리조트까지의 픽업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어 세관검사를 마치고 나와 여행사 가이드와 만났다. 큼직한 전용버스에 일행들은 먼저 올라가 있으라 하고 나는 필리핀 페소로 환전을 하기 위해 환전소를 찾았다. 환전소는 입국장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찾기 쉽다.
이날 환율은 40.20이다. 한국에서 필리핀 페소로 바꾸어가도 되지만 환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 달러로 환전한 후 보라카이에 도착해서 페소로 재환전하는 것이 좋다. 공항이나 보라카이나 별 차이가 없다 하여 가지고간 돈의 절반 정도를 공항에서 환전했는데 나중에 보니 공항이 정말 쪼끔 더 좋을 뿐 거의 차이가 없었다.
공항 앞 풍경.. 그냥 시골 마을의 버스터미널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깔리보공항은 지금까지 가봤던 공항청사 중 가장 낙후된 시설인 것 같다.
여행사 전용 버스를 이용하여 까띠끌란 선착장까지 간다. 이 버스에는 에어텔 승객 2팀과 패키지투어 승객들이 같이 타고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패키지투어 고객들을 중심으로 3박 5일 일정에 대해 가이드가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그런데 까띠끌란 선착장까지 가는 2시간여 동안 어찌나 말씀이 많으신지.. ㅋ
여튼 까띠끌란선착장까지는 패키지팀과 같이 이동해야 한단다. 패키지팀은 공항 바로 옆에 있는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라며 에어텔팀도 다른 자리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여 식사하라고 한다. 이동하는 동안 점심먹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걱정했었기 때문에 우리도 한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재밌는 일은 모든 메뉴가 비빔밥으로 통일이라는 것.. ㅋㅋㅋ
처음에는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자꾸만 비빔밥을 권한다. 다른 메뉴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이런데서 혼자 튀어 좋을 일도 없고, 비빔밥이 싫어하는 메뉴도 아닌지라 우리 모두 비빔밥으로 주문했다. 우리와 함께 식사했던 다른 에어텔팀도 모두 비빔밥으로 주문했다. ㅋㅋㅋ
주문하자마자 바로 등장한 비빔밥이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인지 주문과 동시에 등장한다. 고추장과 참기름통까지 한국과 똑같다.
멀건 미역국은 조미료맛이 강하다. 당연한 일인가?^^;
그런데 의외로 김치가 맛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이무침도 맛있었다.
고추장 팍팍 뿌린다.
비비고보니 허여멀건한 것 같아 고추장 더 넣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침에도 비빔밥 먹었는데.. ㅋㅋㅋ
이 비빔밥 한 그릇이 280P이니 우리 돈으로 약 9천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비싼 비빔밥이다. 그래도 맛있으니 다행이긴 하다.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까띠끌란선착장으로 출발이다. 가는 동안 필리핀의 역사며 정치, 경제, 사회 상황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가이드아저씨가 말씀이 너~무 많으시다. 귀국길의 샌딩서비스를 이 여행사에 신청했는데 나중에 취소했다. 귀국편의 비행스케쥴은 밤 12시 30분인데 리조트에서 오후 5시에 픽업을 한단다. 그 얘기는 곧 지금처럼 돌아가는 길에도 이 여행사 패키지팀과 같이 공항 옆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는 것이므로 요금을 좀더 내고 다른 현지여행사에 샌딩서비스를 신청하기로 했다.
까띠끌란선착장이다. 픽업서비스에 배삯이며 환경세 등등이 다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가이드따라 잘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모델인 울 순댕이의 얼굴은 안나왔지만 선착장 분위기를 보여줄려고 올리는 사진이다. ㅋㅋ
환경세, 배삯 등등.. 한사람씩 나누어주므로 잘 가지고 있다가 배를 타러 가면서 내면 된다.
보라카이까지 타고 가는 방카
많은 방카선이 들어오고 나간다. 저 멀리에는 좀 커다란 여객선도 보인다.
방카선 안에는 구명조끼가 비치되어 있으므로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물론 다 입는 것이 좋은데 무얼 입고 벗기에 이미 지친 상태라 우리는 그냥 이쁜 구명조끼 구경만 했다. ㅋ
한 10여분 조금 넘게 달리면 바로 보라카이섬이 나타난다.
보라카이섬의 선착장.. 벌써 5시가 다된 시각이다. 방카에서 내린 많은 승객들이 다 뿔뿔이 흩어진 후에야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보라카이 선착장에서 기다리며 찍은 사진..
한참 한참 후에야 우리 차례가 되어 트라이시클보다 쪼끔 더 큰 차를 타고 리조트로 이동하는 중이다.
우리 뒤에 열심히 따라오고 있는 저 초록둥이가 보라카이 내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인 트라이시클이다.
우리 숙소인 레알마리스리조트에 도착하니 6시다.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와 인천공항-깔리보공항-까띠글란선착장-보라카이 레알마리스 리조트까지 오는데 13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유난히 우리 일행을 지체시키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멀고도 먼 보라카이에 드디어 도착하긴 했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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