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2014 중국 장가계

[장가계] 다리 후들거리며 내려간 대협곡

마술빗자루 2014. 8. 8. 14:35

3일째 아침이 밝았다. 장가계에서는 이틀째.. 

오늘의 일정은 대협곡과 황석채란다. 




대협곡의 입구 앞은 여느 관광지와 다르지 않게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이드가 티켓을 구매하는 동안 대기중.. 한국어로 환영해준다^^




입장을 하자마자 바로 아래로 향한 계단이 나타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여유있는 모습들이었다. 오르는 계단이 아니라 내려가는 계단이 괜찮다는 모습들.. ㅎㅎ




그러나 내려가는 계단이 우리가 아는 그 계단이 아니었다.. 완전 후덜덜.. 




좁은 협곡에 가파르게 놓여진 계단을 따라 끝도 없이 내려간다. 처음에는 다들 신기하다 연신 감탄하며 내려갔는데 나중에는 점점 경사가 심해져 온 신경을 집중하고 내려가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꾸로 내려가시는 분들 등장.. 이렇게 가파른 계단에서는 차라리 거꾸로 내려가는 것이 무릎에 덜 영향을 미친단다.. 




감탄하며 내려가던 사람들이 도대체 언제 끝이 나냐며 한탄을 시작했다.. 

만만하게 보던 나 역시 다리가 후들 후들이다. --;





계단 옆으로는 이리도 멋진 경치가 펼쳐지고 있지만 이미 풀려버린 다리가 꺾여버리지 않을까 싶어 계단과 내 다리에만 온통 집중하고 있다. 




산과 산이 갈라져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 협곡일 것인데, 당최 이 산의 규모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협곡의 1/3의 정도를 계단을 이용해 내려온 것이란다. 나머지 2/3는 돌미끄럼틀을 이용해 내려간다고 한다. 엉덩이 받침용 깔개를 각자 하나씩 엉덩이에 두르고 면장갑을 낀 채 돌미끄럼틀을 내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명이 잘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미 내 영혼은 내 육체를 이탈한 듯.. 계단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가만히 서있어도 다리가 저절로 후들거린다. 내 다리를 좀 진정시켜보려 하지만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고 계속 후들거린다.. ㅋㅋ




저 산과 산 사이 협곡을 내려왔다는 것.. ^^




오른쪽에 지붕 덮힌 곳이 돌미끄럼틀이다. 돌미끄럼틀도 상당히 길다. 그런데 어느 구간은 잘 미끄러져 내려가고, 어느 구간은 잘 안내려가기 때문에 좀 요령이 필요하다. ㅎㅎ




돌 미끄럼틀을 내려온 사람들은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계단의 후유증과 돌미끄럼틀의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ㅋㅋ




잠시 휴식.. 장가계 깊은 산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한글^^




잠시 휴식을 하고 난 후 이제 본격적으로 자연을 즐기는 유람에 나선다. 




계곡을 따라 길게 설치되어 있는 데크 위를 거닐며 숲과 바람과 공기와 물을 느끼면 된다. 




그리 많이 걷지 않고 발견한 폭포




어떻게 저리 벌어진 틈 사이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인지.. 

반전인 것은 자연적으로 생긴 폭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인공폭포란다. 저 절벽 위 어디메쯤에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끌어다대었는데, 그 물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저 높은 곳까지 물을 끌어다댄 중국사람들도 놀랍고, 이리 자연스레 좋은 경치로 만들어내는 것도 놀랍다. 





폭포 앞에서는 기념 촬영이 한창이다.. 물이 사방으로 튀는데도 다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폭포를 지나 다시 이어지는 산책길.. 이제 후들거리던 다리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폭포를 지나 걷다 되돌아보니..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멋진 폭포다. 




데크 위를 슬렁 슬렁 거닐다보면 절벽을 타고 졸졸졸 내려오는 작은 물들도 만난다. 




아까 폭포까지는 꽤나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지 주위가 조용해졌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드문 순간..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구불 구불 이어지고 있다. 전날의 귀곡잔도 역시 산을 따라 둘레 둘레 걷는 길이었는데 오늘 대협곡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형세를 해치지 않고 길을 만들어놓은 모습이 보기 좋다. 




좀더 지나면 폭포가 될까?^^




계곡의 폭이 제법 넓어지는 곳이 나온다.. 이쯤되면 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디선가 처음 보는 잠자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잠자리의 색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잠자리는 처음 본다.. 청녹색 물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청녹색 날개를 가진 잠자리라니.. 




이런 물색깔 본 적 있는지?.. 푸켓의 바다색, 보라카이의 바다색과는 또 다른 물빛이다.. 




물길을 가다듬는 시설도 나타난다.. 




참 뜬금없이 만난 놀이기구.. 그리 길지 않은 거리를 줄에 매달려 가는 사람들이 있을런지..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에는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여긴 자연스레 폭포샤워를 하면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햇볕이 쨍쨍한데 쏟아지는 폭포의 물방울이 시원하다. 




어느 누구 하나 뛰어가는 사람없이 다들 즐거워하며 지나간다.. 





협곡을 따라 거닐다 잠시 쉬어가는 곳.. 역시나 친숙한 한글이 보인다. 




이런 곳에서 술마시면 완전 신날 것 같은 분위기^^




대협곡 산책의 마지막은 보트투어다. 커다란 나무배를 타고 유유자적 바람을 맞으며 간다.. 





저 배들은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손님을 맞으러 가는 중인가보다. 

배를 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쉬임 없이 오랜 시간 걸어왔으니 잠시 배를 타며 다리를 쉬어주는 것도 좋은 듯 하다. 


배를 타고 와 내리면 소수민족들의 기념품 가게와 작은 매점들이 있다. 

아무 정보없이 갔다가 호된 경험을 한 것 같긴 하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협곡따라 산책길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