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자 맛집/제주도 맛집

청해일에서의 만찬

마술빗자루 2009. 3. 6. 16:37

예전에는 여행을 하려면 시간대별로 움직이는 곳과 먹을거리, 잠잘 곳을 모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계획표대로 움직여야만 뿌듯했다. 

 

나이가 들면서 여행이란 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면서까지 정해진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증에 쫓긴다면 그게 여행일까?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의 재미기도 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원래의 계획은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청해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추위와 바람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일찌감치 하산을 하고 나니 갈 곳이 없다.. ㅋㅋ

차 안에서 몸을 녹이며 어디를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엄니가 시장에 가보자 하신다.

아까 김녕쪽으로 가면서 동문시장을 지나치며 말씀드렸었는데 그걸 기억하셨던 것이다.

국내에서나 외국에서나 시장구경을 좋아하는 모녀이니 바로 오케이하고 출발한다.

 

처음 방문 때는 동문시장 안의 중앙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시장 안에 있는 주차장이라 들고나기가 불편했었다.

이번에는 네비로 동문시장 주차장을 찍으니 외부에 있는 주차건물을 알려준다.

일요일인데 오늘은 무료 개방이란다.. ^^

 

 

 

주차를 하고 시장쪽으로 내려오니 바로 상가로 이어진다.

상가 간판들이 똑같은 것이 정비를 했나보다.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재래시장을 가도 이렇게 정비된 곳들이 많다.

깔끔하니 보기는 좋은데 옛맛은 느껴지지 않아 다소 아쉽다.

 

 

 

시장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니 족발과 순대를 파는 집이 보인다.

제주에서는 아강발이라고 한단다.

저녁 야참거리로 사가자 하니 엄니도 좋다고 하신다.

2개(1개 2500원)를 포장해달라 하고 옆에 머릿고기도 맛있어 보여 함께 싸달라 했다.

 

 

 

순대

찹쌀순대 말고 특이한 모양의 순대도 보인다.

순대도 먹고 싶었으나 참았다.. ㅋㅋ

 

시장 구경을 하면서 천혜향도 사고 저녁에 먹을 소주도 샀다.

찐빵도 사서 먹어보고.. 

사람냄새 물씬 나는 장구경은 마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재미가 있다. 

 

시장구경을 실컷하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청해일로 가기로 했다.

숙소가 서귀포쪽이니 일찍 저녁을 먹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역민이 즐겨찾는 식당이었던 청해일은 누리꾼들 덕분에 인터넷 맛집으로 급부상하여 예약없이는 식사하기가 힘든 곳이 되었다.

예약을 할까 하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내려오는 시간이 어떨지 몰라 예약을 안했는데 잘한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5시 30분쯤이었는데 6시가 되니 슬슬 자리가 없어진다.

 

1인 2만원짜리 모듬회를 주문했다.

자, 이제 맘 단단히 먹고 청해일에서의 만찬을 즐겨보자..

이곳에서는 완급 조절을 잘해야만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주는대로 다 먹었다가는 뒤에 나오는 음식들은 손도 못댄다.. ㅎㅎ

 

 

 

과메기를 내어준다.

이번 겨울에 처음 먹는 과메기이다.

과메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렇게 가끔 먹으니 맛있게 먹었다.

 

 

 

갈치뼈튀김?

난 안먹어봐서 맛은 모르겠다.

엄니 말씀으로는 그냥저냥인 맛.. ㅋ

 

 

싱싱한 가재

크진 않지만 살이 단단하고 맛있었다.

 

 

 

짭조름하고 맛있었던 소라젓갈

다른 음식들 먹으면서 한번씩 집어 먹으면 좋다.

 

 

 

날치알샐러드를 아주 풍성하게 내어준다.

다음 음식을 먹기 전 한번씩 먹어주면 좋다.

 

 

 

한치회무침은 좀 차게 나온다.

 

 

 

아삭한 콩나물과 함께 무친 해파리냉채가 맛있다.

 

 

 

꼬막은 꼬막 맛^^

 

 

 

난 별로 안좋아하는 콩^^;;

 

 

 

이건 생선살에 드레싱을 올린 것인데 아마도 회를 뜨고 남은 부위로 만든 것 같다.

그냥 덤덤한 맛이다.

 

 

 

전도 바로 부쳐 내오기 때문에 바삭하니 맛있다.

그런데 전 종류를 다 먹다 보면 금방 배가 부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생선껍질무침

콩나물과 함께 새콤한 드레싱으로 무쳐져 맛있었다.

이걸 먹다 보니 우면동 복집에서 먹던 복껍질무침이 생각났다.

 

 

 

감자샐러드

이런건 절대 먹으면 안된다.

왜냐구? 배부르거덩.. ㅋㅋ

 

 

 

다시마와 배추, 그리고 자리젓

 

 

 

돈까스다.

돈까스도 바삭하게 옷이 두껍지 않게 잘 튀겨졌다.

난 딱 한조각만 먹었다. ㅋㅋ

 

 

 

초장과 간장도 준비 끝~~

 

 

 

소면을 넣은 조개탕은 국물이 시원하다.

이쯤 되면 짐작하겠지만 소면도 먹으면 안된다.. ㅋ

 

 

 

연두부는 연두부 맛

 

 

 

완소 계란찜

다른 유혹은 다 잘 참았는데 계란찜의 유혹은 더이상 참기 어려웠다.

저 뚝배기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닥닥 긁어 먹었다.

요리박사이신 엄니가 드물게 잘 못하신 요리 중 하나가 계란찜.. ㅋㅋ

 

 

 

왠만한 초밥집의 초밥보다 맛있는 초밥이다.

밥이 살짝 달기는 하지만 맛있으니 그만..

 

 

 

첫번째 상차림을 거의 해치울 때쯤 되면 두번째로 해물류를 내어준다.

커다란 접시에 깔끔하니 여러 종류가 다양하게 담겨 있다.

개불, 쭈구미, 멍게, 성게알, 해삼, 새우, 굴, 훈제돼지 등이다. 개불 왼쪽에 있는 것은 뭔지 모르겠다.

 

 

 

1인 2만원짜리 모듬회를 시켰는데 갈치회를 곁반찬으로 내어준다.

싱싱하니 고소하다.

 

 

 

참치와 문어

비록 냉동이긴 하지만 먹을만하다.

 

 

 

고추, 당근, 마늘대

다들 알겠지만 제주 당근은 진짜 달고 맛있다.

 

 

 

상추와 깻잎

야채가 나오는걸 보니 이제 드디어 메인 회가 나오려나보다.

 

 

 

메인이 나오기 바로 직전 전복과 소라회, 전어회를 주신다.

꼬들꼬들하니 맛나다.. ㅋㅋ

 

 

 

드디어 나왔다.

광어와 히라시 같다.

양이 적어 보이지만 회가 두툼하게 썰려 있어 씹는 맛이 좋다.

먹다 보면 회의 양이 적다는 생각이 안 든다.

종잇장같이 썰어 무채 위에 펼쳐놓은 것과 비교하면 안된다.

가운데 묵은지와 함께 싸먹는 맛도 일품..

 

청해일을 찾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싱싱한 곁반찬을 내어준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싱싱하고 맛있는 회가 있기 때문이다.

곁반찬만 좋고 메인이 부실하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리 보니 또 먹고 싶네그려..

진짜 맛있었던 회..

 

메인인 회까지 나왔으니 이쯤되면 모든 음식이 끝났을거라 생각하지만 아직 남은 것이 있다.

 

 

커다란 뚝배기에 해물죽이 나왔다.

게와 약간의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죽인데 정말 맛있다.

청해일은 매운탕 대신 해물죽과 알밥을 내어준다.

해물죽과 알밥을 모두 먹을 수 없으니 해물죽은 포장해달라 부탁했다.

 

 

 

팽이버섯

죽과 함께 먹으라고 준 것 같은데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은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꽁치

안주셔도 될 것 같은데 계속 준다.

결국 꽁치는 손도 못 댔다.

 

 

 

윽.. 튀김이 나왔다.

튼실한 오징어와 고구마튀김이다.

갓 튀겨 나와 고소한 냄새가 마구 공격을 해온다.

참으려고 했으나 손이 저절로 간다.

고급 일식집을 가면 더 맛난 튀김이 나오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맛을 가진 청해일의 튀김이다.

 

 

 

 

알밥이 나왔다.

야채와 날치알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해물죽은 싸달라고 했으니 알밥을 맛있게 비벼 먹는다.

배가 아무리 불러도 이 알밥을 그냥 두고 갈 순 없다..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도 청해일을 나설 때면 완전 배뻥 상태다.. ㅋㅋㅋ

이렇게 좋은 집이 서울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산물이 풍부한 제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업이겠지 생각하지만 제주에 와야만 맛볼 수 있다니 아쉬울 뿐이다.

 

재작년에 왔을 때는 한참 바쁠 저녁시간이라 그랬는지 음식도 너무 늦게 나오고 종업원들도 그리 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이번에 올까 말까 살짝 망설였다.

그런데 이번에 조금 한가한 시간에 와보니 여전히 친절하고 푸짐하다. 다행이다.

그때는 너무 바빠 그랬나보다.

인터넷 맛집으로 유명해지고 나면 음식이나 사람이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청해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