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나들이/전라도 나들이

[강진]몸도 맘도 힘들었던 다산초당

마술빗자루 2009. 9. 9. 16:01

선암사에서 나온 우리는 강진 다산초당으로 향했다.

다산초당에 도착하니 한창 더울 시간이다. 우리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지만 산길을 올라야 하니 시간 조절이 필요할 듯 싶다.

 

다산유물전시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전시관은 생략한채 다산초당을 향했다.

시간이 좀 여유롭다면 유물전시관을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산초당 오르는 길.. 여기서 시작할 때는 이후 이어질 험난함은 상상도 못했다.

 

 

 

한창 해가 쨍쨍할 시간이라 그리 길진 않지만 그늘을 만들어주어 좋았다.

 

 

 

가다보니 이리 꽃밭도 만난다.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나무뿌리들을 보니 맘이 안좋다. 강인한 생명력은 알겠으나 이 나무들이 힘들어보이는건 내 마음상태 때문일까? 자신을 지탱해줄 흙을 제대로 갖지 못한채로 서있는 걸 보니 왠지 안전망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같아 보이기도 한다.

 

 

 

산 아래 이르면 정다산 유적 설명과 약도가 나온다.

 

 

 

그림이 아주 간단하지만 아주 충실한 그림이다.

 

솔직히 다산초당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정보가 전혀 없이 찾은 터라 오르는 길이 그리 힘들지 몰랐다. 입구에서부터 약 1km에 이르는 산길을 올라야만 한다. 초입에서는 꽃도 만나고 나무도 만나니 햇볕이 따갑긴 하지만 쉬엄 쉬엄 걷기에 좋았다. 그런데 산길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 없이 온터라 막상 산아래 이르니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쉬엄 쉬엄 오르자면 그리 심하게 힘든 길은 아니지만 벌써 며칠째 이어진 피로와 햇볕, 마이너스 운동량 등이 합해져 점점 몸이 힘들어졌다. 더군다나 우리는 준패키지 코스로 돌고 있는 중이라 얼른 올라갔다 내려와 다른 곳을 가야 한다는 강박감까지 더해져 점점 맘도 힘들어졌다.

 

 

 

 

헙.. 내가 생각한 다산초당이 아니다. 무언가 그럴듯한 건물을 기대한게 아니다. 그러나 다산이 머물던 그 시절을 되짚어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는 그런 흔적을 기대했었다. 이 먼 땅 강진까지 내려와 깊은 산속에 초당을 지어야만 했던 유배자 정약용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초당은 요즘 한창 한옥붐을 타고 만들어진 가옥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세월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뭇결을 가진 허연 기둥과 처마는 제대로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초당이 소실되어 다시 복원하였다고 하던데 지금의 모습은 복원이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문화재 복원에 대한 노력이 아쉽기만 하다.

 

 

 

소쇄원에서 이미 경험했는지라 휴가철 성수기에 고즈넉함이나 사색의 공간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에서까지 장사를 하는건 너무하다. 누구를 위한 체험인지 묻고 싶다. 굳이 무언가 체험하고 싶다면 그런건 아랫쪽 유물전시관에서 했어도 충분했다. 굳이 무언가 이곳에서 하고 싶었다면 초당 한켠에 다산의 말씀 한귀절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인지 1시가 넘자 방문을 열고 무언가 준비를 하신다. 무얼 하시나 들여다봤더니 돈을 세고 계신다. 씁쓸하다.

 

 

 

저 마루에 걸터 앉아 땀을 식힐 때는 저 옆에 걸린 옷의 쓰임새가 무엇인지 몰랐다. 1000원 내고 한복저고리 걸쳐 입으면 무언가 값진 체험이 되는 것일까? 이제 맘이 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화가 나려고 한다.

 

 

 

점점 화가나 시선을 돌렸다. 내딴에는 정말 힘들게 올라왔는데 이곳에서 사람을 싫어하는 맘이 생길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리니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로 인해 망가져가는 초당과는 무관하게 초당 한켠에 있던 작은 연못으로 흘러드는 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다산이 손님을 맞던 동암은 굳게 닫혀 있다.

 

 

 

바위끝에 아슬 아슬 걸려 있는 천일각

 

 

 

천일각은 하늘끝 한모퉁이라는 끝을 가진 '천일애각'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다산은 이곳에 앉아 흑산도로 유배를 간 형 정약전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가 바라보던 강진만이 지금도 보인다. 다산초당에서 변하지 않은 곳은 오직 이곳뿐인 것만 같다. 천일각은 오히려 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난간에 걸터앉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난간 아랫부분이 갈라져 있어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는 관리하는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은 돈벌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까? 점점 마음이 못쓰게 변해가는 것 같다.

 

천일각에서의 잠깐의 쉼이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면서도 한켠에 쌓이는 씁쓸함은 좀체 가시지가 않는다. 내가 다산초당을 다시 찾게 될까? 다산초당을 다른 이에게 추천하게 될까?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