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나들이/제주도 나들이

몹쓸 네비게이션으로 봄그리고가을 펜션 찾아가기

마술빗자루 2009. 11. 23. 14:48

이번이 다섯번째 제주도 여행인데 네비게이션 때문에 고생을 안한 적이 없다.

네비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아예 목적지 검색을 못한다.

유명 관광지나 식당이 아닌 경우 목적지 검색을 못하는 경우는 수두룩 하므로 주소를 반드시 적어가는 것이 좋다. 이번에 렌터카 업체에서 들으니 제주도용 관광 네비업체에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업체는 아예 네비에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 네비업체만이 아니겠지만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자부하는 제주를 생각할 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목적지를 검색했으나 엉뚱한 곳으로 안내한다.

박수기정을 네비에 찍었더니 절벽 아래가 아니라 절벽 꼭대기에 데려다준 일도 있고, 청해일 찍었더니 왠 산간마을로 델다 주기도 한다.

 

3.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으나 가는 길이 험난하다. 큰길 놔두고 산길이나 차 한대 간신히 다니는 마을길로 안내한다.

이건 너무나 흔한 일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기도 하는 일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경우라면 제주시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서귀포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네비가 안내하는대로 따라가다 한밤중에 한라산을 넘었다. 가로등도 별로 없고 지나는 차도 없는 길을 야심한 시각에 가자니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ㅋㅋ

 

그런데 문제는 이번 여행의 네비다. 이번 네비는 완전 최악으로 위의 1, 2, 3번이 다 해당되는 네비였다.

청해일을 찾아갈 때도 온갖 고생을 다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새로운 숙소인 성산의 봄그리고가을 펜션을 찾아가는데 정말 식은 땀을 흘리게 만들었다.

제주시에서 동부해안도로를 따라 돌기는 잘 돌았는데 거의 성산 근처에 와서 헤매기 시작했다. 주위는 완전히 깜깜해졌고 차도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안내문도 없고 길도 없는데 네비는 자꾸만 가던 길을 유턴해서 우회전을 하라고 한다. 네비가 시키는대로 몇 번을 유턴했는지 모른다. 내가 혹시 길을 놓친 것이 아닐까 해서 말이다. 그런데 길이 없었다. 없는 길로 우회전하라니 미칠 일이다.

이번에는 네비의 유턴 지시를 무시하고 좀더 직진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라고 한다. 시키는대로 하다보니 왠 마을길로 들어선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도 뜬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바닷가에 있는데 마을 속으로 진입하라 하니 미칠 일이다. 길이 너무 좁아 돌아나올 수도 없었다. 일단 그 길을 빠져나와야 하니 네비가 시키는대로 진입해보았다. 그러다 결국 막다른 골목의 남의집 안마당까지 들어갔다. ㅠㅠ

온통 주위는 깜깜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집주인은 내다보지도 않는다. 덜컥 무서워졌다. 이게 뭔일인가 싶다.

골목이 너무 좁아 차를 돌릴 수가 없어 그대로 후진해서 나왔다. 내 차도 아니고 렌트한 것인데 돌담에라도 부딪치면 큰일이다 싶어 땀까지 흘려가며 후진으로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식은 땀 나는 일이다. ㅋ

 

간신히 좀더 큰 마을길로 나온 다음에는 네비를 무시하고 무작정 이정표가 있는 큰길까지 나왔다. 그리고 펜션으로 전화를 했는데 펜션에 계신 분도 길 안내를 명쾌하게 못해주신다. 간단한 안내를 지도삼아 간신히 펜션까지 갈 수 있었다. 정말 펜션 간판이 보일 때는 눈물이 날 뻔 했다. ㅋㅋ

3박 4일이라 다른 곳에서 자볼까 했다가 엄청 고생만 하고, 엄니에게 왜 숙소는 옮겨가지고 이런 고생을 하냐고 타박받았다. ㅋㅋ

 

봄그리고가을 펜션은 1층에 횟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무실은 2층에 있다. 다행히 배정받은 방도 2층이어서 큰 고생은 안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체크인하니 찾아오느라 고생했다며 귤을 네댓개 건네주신다.^^

 

방마다 이쁜 문패가 달려 있었는데 정말 찾아오느라 너무 고생한 뒤라 사진 찍을 정신이 없었다^^;

 

 

 

방이 참 예쁘게 꾸며져 있는데 좀 어둡다. 원룸 형태라 넓직한 모리화에 있다 오니 좀 답답해 보이긴 한다.

 

 

 

우리방이 2층이고 창문을 열면 바로 주차장이 보이는지라 커텐을 쳐놨다. 방도 어두운데 커텐색깔이 좀 침침한 것 같다.

아마도 우리 컨디션이 영 엉망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ㅋ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보니 바다가 코앞에 있다. 커텐너머로도 파도소리가 꽤 크게 들리더니 이렇게 가까와 그랬나보다.

전선이 없었다면 더 멋진 풍경이 되었을텐데 아쉽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산일출봉에서 아침을 맞으려는 계획이 있다면 이곳 숙소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리 고생하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좀더 즐겁게 숙소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봄그리고가을 펜션은 주인분도 친절하시고 방도 예뻤다. 여자친구들끼리 또는 연인들이 찾으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