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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부산식당 생태찌개

마술빗자루 2010. 1. 16. 11:22

수술과 무리한 홍콩여행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정말 건전하게 연말연시를 보냈다. 음주유흥을 멀리한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아니 있기는 했던건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꼭 만나야 할 사람들에게도 조만간 보자, 곧 보자 하며 해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수쟁과 다별도 마찬가지.. 이러다가는 얼마 안남은 인간관계마저 싹둑 잘라져버릴 것 같다. ㅋ

그리하야 잡은 약속.. 장소는 인사동이다.

 

인사동 수도약국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먼저 나왔던 다별이 부산식당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부산식당의 생태찌개야 두말할 필요 없는 맛이니 바로 오케이다.

 

  

 

부산식당은 인사동길에서 조계사로 향하는 골목길에 있다. 종종 가던 곳인데도 오랫만에 찾아가는 것이라 이골목인지 저골목인지 좀 헷갈렸다.

예전에는 저런 간판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간판을 새로 했나보다. 

 

 

 

식당문도 깔끔해진 것 같다. 안에는 여전히 손님이 많다. 예전에도 식사시간과 겹치면 자리잡기 힘든 곳이었다.

 

 

 

내가 오랫만에 오긴 한가보다. 메뉴판도 실내도 예전에 비해 훨씬 깔끔해졌다. 그렇다고 멋드러진 인테리어를 기대하면 안되지만. ㅋ

가격은 살짝 오른 것 같은데 옛날 가격이 기억이 안나니 별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다. ㅋㅋ

 

 

 

인사동 곳곳에 포스터가 걸려 있더니만 식당 한켠에도 포스터가 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한국예술가협회회장 선거였던 것 같다. 식당 안에 선거관련 포스터가 있는 것이 좀 생소해보이긴 하지만 어떤 선거이든 관심과 참여를 북돋는 장치로는 괜찮은 것 같다. 단, 정치인들 포스터는 식당에 붙이지 말자^^

 

 

 

다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생태찌개 3인분을 주문했다. 한참 앉아 있으니 커다란 냄비를 먼저 가져다주신다.

 

근데 부산식당은 오래 기다릴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밥을 하기 때문에 재촉하면 안된다. 재촉하더라도 되돌아오는건 무뚝뚝한 대답과 불친절 뿐이니 재촉하는 사람만 속터진다. 시간에 쫒겨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라면 부산식당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ㅋ

 

반찬도 밥이 다 되었을 때쯤에 가져다준다. 배고픈 사람들이 반찬 다 먹고 또 달라고 할까봐 그런 것일까?^^ 여튼 밥이 나올 때까지는 빈상 놓고 앉아서 담소나 나눌 수밖에 없다. ㅋㅋ

 

 

 

아삭한 콩나물무침이 좋았다. 내가 먹기에도 약간 싱거운 것 같았으니 나야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간이 안맞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살짝 신 무김치도 맛있었다. 얘는 약간 짰지만 밥반찬이니 괜찮다.

 

 

 

간장게장을 보는 순간 반가운 맘이 들었으나 사진에 보여지듯이 좀 오래된 것 같다. 장에 너무 담겨져 있었는지 게살이 많이 짜다. 한번 먹고 말았다.

 

 

 

오이무침. 겨울에는 오이가 비쌀텐데 생오이무침이 나왔다. 양념맛은 별로지만 생오이니까 많이 먹었다.

 

 

 

양배추찜은 참 실용적인 반찬인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념값도 안들고 양도 푸짐하고, 게다가 맛도 좋다^^

 

 

 

양배추찜 짝꿍

 

 

 

고슬고슬 새로 한 밥이다. 돌솥밥정식을 내주는 곳이 아닌 식당에서 이리 새로한 밥을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근데 저 콩들은 함께 지은 것이 아니라 밥 위에 뿌려 놓은 것 같다. ㅋ

 

 

 

생태찌개가 맛있게 끓고 있다. 버섯과 두부, 미나리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3인분인데 생태는 큼직한 놈 1마리가 들어간 것 같다.

 

 

 

다별이 담아준 내 앞접시.. 먹음직스럽다.

 

그런데 국물맛이 이상하다. 내 입맛이 이상한 것일까? 생태찌개에서 계속 조미료 맛이 난다. 생태찌개는 굳이 조미료를 넣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시원한 맛이 날텐데 자꾸만 입안에 거슬리는 맛이 남는다. 

둘러보니 식당 안을 가득 메운 다른 손님들은 맛있게 식사중이다. 나만 유난스럽게 거슬리는 것인지.. 식사를 마칠 때쯤 수쟁에게 물어보니 수쟁도 그런 맛이 난단다. 예전에도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부산식당 생태찌개에 대한 신뢰가 확 깨져버렸다. 싱싱한 생태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왜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려다보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소리도 많이들 하지만 실망스러운건 어쩔 수 없다.

 

회복되지 않은 내 컨디션 때문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맛이 이상했던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