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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사자평명물식당의 엄계백숙

마술빗자루 2013. 12. 15. 15:32

표충사를 둘러보고 나오니 딱 점심시간이다. 점심식사는 표충사 인근에 있는 사자평명물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자평명물식당 들어가는 길을 전경들이 막고 있다. 식당을 가겠다 했더니 통과시켜주는데 무슨 일일까 싶다.

 

 

 

한적한 공간에 자리한 사자평명물식당..

처음에 들어서니 왠일인지 이 넓은 식당에 경찰들이 한가득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엄마가 옆에 있는 젊은 경찰에게 물어본다. 무슨 일이냐고.. 그랬더니 밀양송전탑 때문에 출동나온 경찰들이란다.. 아,, 송전탑..  그렇지.. 출동나온 경찰들도 식사는 해야지.. 송전탑 때문에 대치중인 곳이 사자평명물식당 인근인가보다.

 

 

 

식당 한켠에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었는데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다.

 

 

 

장작까지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것을 보면 사용중인 아궁이 같은데 말이다.

 

 

 

사자평명물식당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것같은 메뉴판이다.

정신 없이 바쁘신 주인아주머니께 엄계백숙을 주문했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 없으시더니만 우리 주문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자리잡고 앉아 세번을 주문하고서야 엄계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

 

 

 

경찰들이 너무 많아 일반 손님들의 식사가 아무래도 늦어지나보다. 그리고 한창 먹성이 좋을 젊은 경찰들을 위한 배려인지 식당 한가운데 자리한 난로 위에 커다란 어묵냄비가 올려져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한테도 기다리면서 마음껏 먹으라 하신다. 어묵 무진장 좋아하는데 공짜라 하니 식사하기 전에 엄청 먹었다. 살짝 짜기는 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우리는 방에 들어가라 하신다. 정말 옛집에 온 분위기다.

 

 

 

옛날 어렸을 적 외할머니댁도 이런 창호지바른 문이 있었다. 이 문을 열면 외할머니가 계실 것 같다. ㅎㅎ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 외할머니는 아니어도 나들이 나오신 할머니 두 분이 계시긴 했다. ㅋㅋ

 

 

 

질박한 맛집이라... 질박하다는 표현을 찾아보니.. 꾸밈없이 수수하다는 뜻이다.. 사자평명물식당과 어울리는 표현 같다.

 

 

 

크지 않은 방 한켠에 자리한 식물.. 파란색 플라스틱통에 담겨진 식물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 종이의 용도는 무엇인가 했더니 상 위에 까는 종이다. ㅋㅋ

비닐보다 좋다.

 

 

 

왠만하면 메뉴판 하나 만드시지.. 무슨 낙서판 같은 메뉴판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원산지 표시는 확실하게 되어 있다.

흑염소불고기, 취나물비빔밥, 맷돌손두부, 꿀밤묵, 곤달비전..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메뉴들이다. 이것저것 맛보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우린 엄계백숙을 주문했으니 참아야 한다. ㅋ

 

 

 

방 안에서 보니 출입문말고 또 다른 문이 있다. 무슨 문인가 했더니만 주방으로 통하는 문이다. 손가락으로 구멍 뚫어 보고 싶은 맘이 생기게 만드는 문이다.

 

 

 

주문이 잘못 되어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방안도 둘러보고, 창호지에 구멍 뚫고 싶은 맘도 가라 앉히고 앉아 있다 보니 창문 밖으로 저 멀리 전경차들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내다보니 바로 앞에 농성대의 천막이 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고 이 추운 날 차가운 땅에 천막치고 앉으신 분들 옆에서 따뜻한 방 안에 들어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되는 것인지... 

그래도 염치 불구하고 식사하기로 했다.

 

 

 

주문이 잘못 되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게 아닌가 했는데 바로 상이 차려졌다. 그런데 아주머니 엄청 바쁘신지 쟁반째 내려놓으시고는 바로 가신다.

 

 

 

그래서 내가 한상 차렸다. ㅋㅋ

 

 

 

된장박이 아삭이 고추.. 꼭지 부분에 알싸한 맛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맵지 않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나한테는 김치가 좀 짰다.

 

 

 

짭짤하긴 하지만 맛있게 먹은 멸치 볶음이다. 잔멸치를 살살 볶아도 맛있지만 이런 굵은 멸치 볶음도 맛있다.

 

 

 

깍두기는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경상도쪽이 간이 세다.. 콩장도 좀 짜다.

 

 

 

요상한 초장 맛이 나던 상추겉절이.. 보기만 해도 싱싱함이 느껴지는 상추겉절이인데 초장 맛 때문에 한 입 먹고 말았다.

 

 

 

엄청 맛있게 먹은 무말랭이다. 건조 상태도 좋고, 양념 맛도 좋다. 달지 않고 짜지 않고.. 그러면서 맛있는 무말랭이다. ㅋ

 

 

 

무슨 나물 장아찌.. 역시나 짜서 한번뿐이 못 먹었다.

 

 

 

다소 생뚱맞다고도 할 수 있는 햄과 소세지전.. 계란 옷까지 입어 부쳐졌다. 햄은 햄 맛이고, 소세지는 밀가루맛.. ㅋㅋㅋ

 

 

 

세 가지 나물.. 고사리와 취나물, 콩나물이다. 조금만 덜 짜면 정말 맛있게 먹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고사리는 다 먹었다. 콩나물은 전혀 간이 안되었다 할 정도로 심심해서 다른 나물과 함께 먹으면 좋다. ㅋ

 

 

 

그리고 등장한 주인공.. 엄계백숙이다. 진한 갈색빛을 띄고 등장한 백숙이다.

 

 

 

깨소금과 함께 먹으면 좋다.

 

 

 

 

사진찍는 사이에 엄마가 튼실한 닭다리 하나 뚝 떼어 앞접시에 놓아주셨다. 푹 익어 부드러운 백숙이다. 살짝 독특한 향이 나긴 하지만 거북할 정도는 아니라 맛있게 먹었다. 다소 퍽퍽한 가슴살은 차에서 기다리는 이쁜둥이들을 위해서 남겨두었는데도 엄마랑 둘이서 배부르게 먹을 정도의 푸짐한 양이다.

 

 

 

백숙을 거의 다 먹고 죽을 부탁하니 오래 기다리지 않아 가져다주신다.

 

 

 

바로 끓여 나온 것인지 엄청 뜨겁다. 처음에는 멀건 국물만 보여 이게 뭐야 싶었는데 먹을수록 찰진 맛이 느껴지는 죽이다. 깨소금 살짝 넣어 간한 후에 먹으니 정말 맛있다. 오랫만에 맛있는 죽을 먹은 것 같다. 백숙의 양이 많기 때문에 작은 그릇에 죽을 담아주신 것 같은데 아마도 요청하면 좀더 주실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나오니 어느새 난로 위의 어묵냄비는 뚜껑을 덮고 정리가 되었다.

 

 

 

식당 한켠에 있던 도토리묵은 언제 보셨는지 엄마가 도토리묵을 좀 사가자 하신다. 가격은 주인아주머니가 정하는대로 5천원, 6천원, 8천원이란다. ㅋㅋ

집에 가져와 먹어보니 쌉쌀한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진짜 도토리묵이다.

 

 

 

헛개나무 열매와 대추.. 참, 밀양이 대추의 고장인지 곳곳에 대추파는 곳이 많았다.

 

 

 

얘네는 뭔지 모르겠다. ㅋ

 

 

 

저 멀리 비닐하우스 안에도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는데 무엇을 끓이시는지는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정갈하지는 않지만 시골집의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고, 다음에 밀양에 찾게 된다면 맛보고 싶은 것이 많은 사자평명물식당이다.

 

 

사자평명물식당

경남 밀양식 단장면 구천리 662 / 055-352-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