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49

나인(천선란, 2021)

손가락 끝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식물들의 살랑이는 얘기가 들리는 나인은 외계인이다. 아홉번째 싹에서 돋아난 생명체여서 나인이란다. 외계인인 나인이 꽃과 풀과 나무의 얘기를 들으며 오래 묵혀진 아픔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다. 그 길에 미래와 현재, 승택이 함께 한다. 외계인이건 아니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기다리기만 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비밀을 나누어줄 친구들이 있고, 나의 비밀을 말하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친구로 남아줄 사람이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 일상생활에서 문득 문득 만나게 되는, 외계인이라 의심가는 사람들의 품새를 이야기한다. 그런 외계인이라면 우리 생활 곳곳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

책읽기 2022.12.29

내가 늙어버린 여름(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2021)

선구적이고 혁명적으로 살았던 여성학자가 어느 여름 자신의 '늙었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늙었음'에 대한 생각을 차분하게(?), 하지만 담담하지는 않게 기록하였다.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개인의 삶도, 공적인 삶도 살아낸 사람이지만 '늙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절대 원하지 않는 것이지만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고, 자신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자연스레 '배제'된다. 그녀만의 일이 아니리라.. 나도, 우리도, 모두가 언젠가는, 아니 곧 겪게 되는 '배제'와 '소외'일 것이기에 씁쓸하다. 아직 나도 '늙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머지 않은 나의 모습일 것만 같은 기분이다. 선구적이지도, 혁명적이지도, 미치게 열정적이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어느 해 '내가 늙어버린 계절'을 맞게 된다면 이자벨이..

책읽기 2022.06.02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2014)

대통령의 글쓰기, 참 절묘한 타이밍에 책읽기를 마쳤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의 문장으로 소감을 대신하련다. 노대통령은 역사의 진보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한 사람, 혹은 소수가 누리는 권력이나 지위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눠 갖고 함께 누리는 것" 또 다시 극소수가 대한민국의 권력을 독점하려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책읽기 2022.03.15

나는 강아지입니다(이찬종, 2021)

우리집 최애 TV 프로그램인 TV 동물농장의 해결사 이찬종 소장의 강아지 솔루션이 오롯이 담긴 책이 나왔다. 뽀뽀, 삐삐, 꼬물이까지 20여년 가까이 반려견과 함께 해왔지만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강아지들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안해지는 순간들이 불쑥 불쑥 있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과 정보들이 한가득인 것은 아니지만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는 책이다.

책읽기 2021.10.27

호호브로 탐라생활(한민경, 2019)

호호브로 탐라생활은 무는 개 호이, 주운 개 호삼, 죽다 살아난 개 김신과 세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오며 나의 반려동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실은 엄청시리 무지한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참 사실적이다. 어설픈 실수담을 읽을 때는 나의 첫 반려견이었던 뽀뽀에게 했던 나의 무지한 실수들이 더불어 생각나서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호호브로와 함께 생활하는 지금도 한민경 작가가 실수를 하듯 나도 여전히 꼬물이랑 살아가며 계속 실수를 한다. 그래서 많은 반려인들이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실수를 하지만 우리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거라는 것을 함께 알았으면 좋겠다. 호호브로 탐라생활은 능숙하게 잘해나가는 것도 좋지만 열..

책읽기 2021.07.01

당신이 옳다(정혜신, 2018)

적정심리학.. 생소한 용어다. 하지만 읽어보면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다. '당신이 옳다'는 '공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왜 공감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공감은 책의 제목처럼 '당신이 옳다'에서 출발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감하는 사람이었나? 공감받는 사람이었나 계속 생각하게 한다. 다른 이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먼저 공감받아야 한다고 한다.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게 된단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살아왔을까?

책읽기 2021.06.04

지쳤거나 좋아하는게 없거나(글배우, 2019)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내가 뭐, 지쳤거나 좋아하는게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혼자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때라 여행가서 읽으면 좋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결과적으로 여행은 둘이 갔고, 책은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 다 읽었는데, 혼자하는 여행지에서 읽지 않아 다행이었던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에 이 책을 들고 갔다면 왜 이 책을 들고 왔을까 후회했을 것 같다. 책을 펼쳤을 때 눈길이 갔던 일러두기가 있다. 1부가 시작되는 옆 페이지 하단에 '저자 고유의 글맛을 살리기 위해 어법은 저자 고유의 스타일을 따릅니다'라고 고지하였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갸우뚱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왜 미리 그런 고지를 했는지 알 것 같다. 저자 고유의 스타일에 따른 어..

책읽기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