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2008 홍콩

태풍이 삼켜버린 홍콩

마술빗자루 2009. 6. 19. 17:05

둘쨋날이다.

 

밤새 바람이 좀 세다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TV를 켜니 태풍 예보가 뜬다.

8단계다.. 뭔 뜻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가벼운 상태는 아닌게 분명하다.

 

이런..

지금까지 여행 중 날씨 복은 있었는데 이번은 아닌갑다.

다니기 좀 불편하겠다 싶었는데 그정도가 아닐 줄은 이순간에는 몰랐다.

 

 

 

방에서 내려다 본 풍경

어제까지 사람과 차로 가득찼던 거리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이상하다..

 

바람이 점점 세지고 있다.

이리 바람이 세니 아침식사로 예정했던 요시노야까지 가는 건 무리인 것 같다.

방에서 시간을 좀 더 보내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하버시티 푸드코트로 왔다.

10시 오픈이라 했는데 10시에 오니 그제야 준비중이다.

 

오픈 준비하는 동안 주변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어제 운동화거리에 가서 신발을 샀어야 하는데 못 샀으니 오늘은 신발을 사야 한다.

마침 3층의 한 가게에 맞춤한 신발이 보인다.

그런데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언뜻 보니 무슨 안내문인가가 붙었는데 좀 늦는다는 것인줄 알았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 푸드코트로 오니 이제 영업을 하고 있다.

어제와 다른 식당을 들어가 보았다.

 

 

  

 

해물볶음밥

어제도 볶음밥을 먹었는데 같은 볶음밥이라도 이 집의 볶음밥이 훨씬 맛있었다.

홍콩에서 먹었던 볶음밥 중 가장 맛난 볶음밥이다.

고슬고슬하면서도, 촉촉하게 밥도 잘 지었고 느끼하지 않게 밥도 잘 볶았다.

양도 무지 많다. ㅋㅋ

 

 

 

그런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심상치 않다.

파도의 포말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보이고 가로등이 흔들린다.

오가는 배는 한척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저러나 일단 밥부터 먹고 보자..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음식.. 물론 이름은 모른다. ㅋ

 

 

 

버섯과 청경채 볶음이다.

짭잘하니 밥 반찬으로 좋았다.

 

 

 

모습은 꼭 물김치 같은데 약간 새콤한 것이 피클 같기도 하다.

먹을 만 하다.

 

10시 30분경에 아침으로 먹고 보니, 완전 브런치다. ㅋㅋ

 

밥을 먹고 아까 보아두었던 신발가게를 찾아갔는데 아직도 문을 열지 않았다.

좀 이상하다싶어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니 태풍 때문에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이런이런.. 뭔 이런 일이 다 있남???

 

여튼 든든하게 밥을 먹었으니 하버시티를 나서보는데 아까보다 더 비바람이 거세졌다.

비는 많이 내리지 않는데 바람이 세다.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고..

흠.. 어떻게 해야 할까?

 

원래의 일정은 마카오를 가는 것이었는데 태풍주의보에 포기했다.

포기하길 잘했다.

 

그런데 마카오를 포기하고 나니 딱히 할 일이 떠오르질 않는다.

홍함쪽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고 했더니 100달러를 달란다.

다니는 차가 없다고 완전 바가지다.

 

일단 MTR 역으로 걸어가보기로 했다.

바람 때문에 걷기 힘들 정도다.

 

어제 찾지 못한 비췐향을 열심히 찾아가 보았는데 문을 닫았다.

이상하다. 계속 이상하다.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소고백화점도 문을 닫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렵게 홍콩문화센터까지 왔다.

 

 

 

비가 점점 더 많이 온다.

바람은 더 거세졌다.

 

화장실이 급해 잠시 빌려 썼던 세레나데의 종업원에게 물으니 태풍 때문에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단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중에 돌아와 알아보니 홍콩에서는 태풍주의보 4단계면 버스와 택시를 비롯한 운송수단과 모든 식당과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이날 아침 확인한 태풍주의보는 8단계..

그걸 모르고 어딘가 가보겠다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잠시 비를 피해 있는 꼴이 참새나 우리나 같다. ㅋㅋㅋ

 

이렇게 비를 맞고 돌아다녀봤자 문을 연 곳이 없으니 헛수고인 셈이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아까 문을 열었던 곳들도 전부 문을 닫았다.

하버시티로 들어가보니 그곳도 역시나 문을 연 곳이 없다.

 

안되겠다 싶어 시티슈퍼로 가서 장을 보아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시티슈퍼에 도착하니 안에 있던 손님들까지 내보내면서 문을 닫고 있었다.

슈퍼 앞의 빵집에는 손님들이 서로 빵을 고르고 줄을 서느라 난리가 났다.

우리도 얼렁 빵 몇 개를 집어 들어 줄을 섰다.

 

피난민이 따로 없다.. ㅋㅋ

현지인들은 없고 모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을 보니

어이없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웃기다.

 

어렵게 빵을 사들고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호텔로 다시 돌아와 밖을 내다보니 이젠 차가 한대도 안 다닌다.

간혹 다니는 차들은 승용차 뿐..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완전 철수했다.

 

TV를 켜니 태풍주의보는 9단계다.

허걱...

 

설마 여행기간 내내 이런 것은 아니겠지?

 

어제 피곤하기도 했고,

오늘은 어차피 나가봤자 갈 수 있는 곳도 없고 하니 오후 내내 잘 쉬었다.

 

가끔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저녁이 되고 비바람이 좀 잦아드니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편의점이라도 갈 생각으로 엄마랑 잠시 나가보기로 했다.

 

슬렁 슬렁 걷다보니 네이션로드까지 왔다.

길을 하나 건너니 문을 연 식당이 몇 곳 보인다.

 

 

 

로컬식당

닭인지 오리인지 걸려 있고 국수를 열심히 삶아낸다.

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이 보였지만 들어가 식사를 하고픈 마음은 왠지 생기지가 않는다.

 

 

 

로컬식당을 지나 좀더 내려오니 길 건너에 문전성시를 이룬 식당이 있다.

저기 보이는 사람들은 다 줄을 선 사람들.. ^^

 

문을 연 식당이 없으니 이 곳은 완전 성황리에 영업중이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합석이었지만 우리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작지 않은 식당인데 가득 차 있다.

문가에는 여전히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김밥천국을 연상시키는 무지 많은 메뉴들..

사진과 함께 있어 음식을 주문하기는 편했다.

 

 

 

엄니가 시킨 비프 어쩌구 저쩌구..

살짝 짜서 맨 입으로 먹기는 좀 그랬다.

나중에 포장을 해서 호텔로 가지고 가 햇반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있더라.. ㅋㅋㅋ

 

 

 

 

내가 시킨 굴죽

이 것도 약간 짭잘하다. 홍콩의 음식들이 약간 간이 센 것 같다.

 

 

 

둘이 나누어 먹으라고 가져다 준 그릇..

종업원들이 그리 바쁜데도 친절한 편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운좋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다시 비바람이 분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이키 광고

전날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

 

편의점에 들려 간식거리를 조금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한 일도 없는데 왜 피곤한걸까? ㅋㅋ

 

이렇게 홍콩에서의 둘쨋날이 가버렸다.

내일은 비가 그치겠지?

 

 

 

홍콩의 화폐.. 심심해서 찍어봤다.

홍콩은 은행마다 화폐를 찍어낼 수 있어서 돈의 문양이 조금씩 다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