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2009 홍콩 & 마카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몬테요새

마술빗자루 2009. 12. 26. 15:54

가이드북을 보면 세인트 폴 대성당과 몬테요새가 무지 가깝다. 하지만 찾아가는 방법이 친절하지 않아 걸어서 5분이라는 곳을 30여분 이상 헤매고 말았다. 길 잘 찾는 보조가이드 순댕도 잘 모르겠나보다. ^^;;

 

 

 

세인트 폴 대성당 바로 옆이었는데 그만 너무 멀리 나와버렸다. 덕분에 마카오 사람들의 삶터를 구경하게 된 것 같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상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없는 자그마한 에그타르트 가게를 구경하는 것 또한 이런 여행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빨래가 잔뜩 널린 아파트 밑에 정차해 있는 커다란 버스들은 패키지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다. 한 무리를 인솔하는 깃발맨 아저씨가 일행들에게 얼른 따라오라길래 몬테요새로 가는줄 알고 따라갔다가 버스에 올라타는걸 보고 우리끼리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ㅋㅋ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었더니 영어를 잘 못하는지 굉장히 쑥스러워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모습이 이쁘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몬테요새 근방에서 만난 오래된 나무.. 위엄이 있다.

 

 

 

몬테요새와 박물관 이정표가 함께 있길래 올라와봤다. 엄니와 순댕이 화장실 간 사이에 근댕에게 박물관과 요새가 통하는지 보고 오라 했더니만 통하지 않는단다. 박물관 바로 위가 요새이고, 이정표가 같았는데 통하지 않는다니 이상한 일이다. 몬테요새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것 같다며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옆 면이 보인다. 바로 옆 길로 들어오면 되는 것을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맨 꼴이 되었다.

이쯤까지 내려오니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우리는 힘들어 의자에 앉아 있겠다 했더니만 근댕이 먼저 올라가 본단다. 그러더니 금새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며 얼른 올라오라고 한다. 가파른 계단길이라 우리 모두 가지 말자 했었는데 근댕이 올라오라 하니 할 수 없이 위로 올라 갔다. 그러나 그 곳이 끝이 아니라 다시 한 층 더 올라가야만 한다. 이곳까지 올라왔는데 그냥 갈 수 있겠냐며 올라가자 했더니만 엄니와 순댕, 근댕은 기다리겠다며 얼른 다녀오라고 한다. 그래서 나 혼자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ㅋㅋ

 

 

 

헙.. 길을 잘못 들어섰다. 계단을 올라와 왼쪽 길로 걸어갔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성곽을 에둘러 빙글 빙글 돌며 올라가는 길이다.

가다 만난 이 길이 멋지기는 했지만 쬠 힘들다^^;

 

 

 

성곽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멀리 그랜드리스보아의 상징물이 보인다.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은 상징물이 영 어색하다.

 

 

 

깃발이 보이는 것을 보니 얼추 다 온 것 같다.

 

 

 

작은 입구를 통해 들어서니 성모상이 보인다. 가톨릭 신자가 많다고 했던 소개글이 생각난다.

 

 

 

헙.. 이런이런..

힘들게 힘들게 걸어 드디어 몬테요새에 올라왔다는 기쁨 보다는 하얀 저 건물이 마카오 박물관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마카오 박물관과 몬테요새는 통하는 길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럼 그렇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지 않았어도 될 것이고, 그렇게 먼 길을 에둘러 걸어 걸어 오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ㅠㅠ

 

 

 

일단 올라왔으니 슬슬 구경해본다. 이곳은 경비를 목적으로 하는 요새이니 방어 목적의 대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인데 잘 꾸며진 공원에 뜬금없는 조형물마냥 이상하다.

 

 

 

천천히 둘러보다 만난 풍경.. 이 대포가 저 그랜드리스보아를 조준하며 설치되지는 않았을 터인데 이런 만남이 되고 말았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인상적인 풍경을 선물해준 몬테요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에둘러 돌아 돌아 몬테요새로 올라오는 동안 땡볕에 앉아 기둘리던 엄니가 화가 나셨다. 아까 세인트폴 대성당에서부터 몬테요새를 찾는다고 헤매고 다니느라 다리가 아프셨는데 가파른 계단까지 올라오다보니 많이 지치신 것이다. 게다가 뭐 볼 것도 없는데 기어이 보겠다고 가더니만 나타나지 않는 나 때문에 더 화가 나셨나보다. 성곽 아래로 내려다보다 발견한 가족들에게 손흔들며 인사했더니만 얼른 내려오라 난리다^^;; 내 탓이 아닌디..

마카오박물관에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오니 이리 금방 내려오는데.. 다시 한번 근댕을 원망해보고.. ㅋㅋ

 

다음 일정은 베네시안카지노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마카오에 왔으니 카지노에는 꼭 가보아야 할 것 같고, 기왕이면 카지노 말고도 구경거리가 많다는 베네시안카지노에 가보기로 계획했었다. 베네시안을 가기 위해서 다시 마카오페리터미널로 갔다가 거기서 베네시안카지노 셔틀버스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마카오에 와서 한 일은 별로 없는데 일행들이 다들 지쳤다. 생각만큼 볼거리가 없는데 너무 많이 걸었다 생각하나보다.. 다들 취향이 다르니 이럴 때가 젤루 곤란하다... 일단 마카오페리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가 정말 정말 안잡힌다. 뭘 할라면 계속 꼬이는 마카오다. 한참을 서있다가 간신히 택시를 타고 마카오페리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베네시안카지노셔틀버스가 안보인다. 오전에 피셔맨즈워프를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탈 때도 분명히 보았는데, 다른 카지노의 셔틀버스는 다 있는데 베네시안만 없다. 이상하다며 계속 찾아보는데 엄니가 그만 홍콩으로 돌아가자 하신다. 근댕, 순댕은 좀 아쉬운 표정이지만 엄니가 넘 힘들어 하시니 할 수 없이 마카오여행은 여기서 쫑내기로 했다..

 

근디 정말 아숩다.. 마카오에서 아직 못본 것도 무지 많은데.. ㅠㅠ

(그럼, 마카오에 한번 더 와야 하는걸까?^^)